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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말레이시아 ③ 바투 동굴과 센트럴 마켓

쿠알라룸푸르 시내 즐기기 (1)

by Wynn

어제는 하루 종일 호텔에서 시간을 보냈으니, 오늘은 본격적으로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둘러볼 예정이다.

오늘 우리 가족의 일정은 오전에 바투 동굴을 둘러보고 센트럴 마켓으로 가서 점심을 먹은 후에 차이나타운에 들려서 벽화 거리를 걷고, 트윈 타워로 이동하여 쿠알라룸푸르 전경을 감상한다는 계획. 이 코스를 전부 돌려면 아침 일찍 움직여야 했다. 일찌감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9시 센트럴역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투 동굴 (BATU CAVES). 쿠알라룸푸르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관광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져 있는 근사한 석회암 동굴로, 이곳에 힌두교 사원이 유명하다고 했다. 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타고 8 정거장, 정확히 3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기에서 가장 먼저 이곳을 찾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는 대중교통 요금이 상당히 저렴했다. 바투동굴까지는 편도 2.6 링킷으로 우리 돈 800원 정도였다. 바투 동굴로 가는 전철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었고 정확히 30분 만에 바투 동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전철의 종착역이기에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바투 동굴 입구 쪽으로 향했다. 전철역 바로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안내에 따라서 왼쪽으로 이동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 사람은 공식 안내 요원이 아닌 유료 사원으로 안내하는 호객꾼이었다. 다시 길을 돌아서 노점이 이어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원 몇 개와 커다란 호수가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득한 커다란 광장이 나왔다. 왼쪽을 돌아보니 바투 동굴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과 힌두교의 신처럼 보이는 조각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웅장한 모습 그대로였다. 관광지에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기서부터는 원숭이들을 조심해야 한다. 광장에는 원숭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먹이는 달라고 쫓아오기도 하고 사람들이 들고 있는 음식이나 핸드폰 등을 낚아채는 녀석들도 있었다. 조심조심 원숭이들을 피해 가며 바투 동굴 계단 입구로 향했다. 계단 앞에서는 복장단속(?)이 있었는데 민소매나 짧은 스커트가 아니면 문제 되지 않았다. 너무 짧으면 입구에서 천을 둘러야 했다. 반바지도 궁금했는데 더운 날씨 때문에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계단을 올랐다. 272개의 계단. 상당히 가파른 고행의 길이었다. 중간중간에 원숭이들이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얼마를 올랐을까? 끝이 보였다. 계단을 오르니 거대한 석회암 동굴이 펼쳐졌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본 가장 웅장한 석회동굴이었다. 사원보다는 석회암 동굴이 더 압권이었다.

그 웅장함에 숨이 멎을 정도였다. 신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만든 멋진 그림이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갈증이 났는데 동굴 안에는 매점도 몇 개 있어서 물이나 음료수, 기념품 등도 살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여기가 끝인지 알았는데, 안쪽에는 사원이 2~3개 정도 더 있었다. 저 멀리 또 하나의 계단이 있었다. 바투 동굴에 왔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안쪽의 계단을 다시 올랐다. 그곳에 오르니 동굴 위쪽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위쪽에 뚫려있어서 하늘이 그대로 보였다. 자연이 만들어준, 아니 신께서 주신 최고의 기도 공간처럼 보였다. 조금은 더웠지만 이곳에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투 동굴 관광을 마치고 11시 정각에 시내로 떠나는 전철을 타고 쿠알라룸푸르 역으로 향했다. 이번 목적지는 100여 년 전부터 운영 중인 말레이시아의 전통시장 '센트럴 마켓'. 시장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쿠알라룸푸르 전철역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였다. 입구를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큰 좌판이 펼쳐져 있었고 아기자기한 상품들이 가득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상품 가격도 저렴하고 말레이시아를 상징하는 독특한 기념품들이 가득했다. 큰 쇼핑몰과는 다르게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공간이었다. 여행 중에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조금 출출했지만 더위 때문인지 식사가 그리 당기지 않았다. 그래서 시원한 음료수와 말레이시아 빙수를 하나 먹기로 했다. 코코넛 주스와 팥빙수처럼 생긴 것을 시켰는데, 맛이 기대 이상이었다. 옆에 슈퍼마켓에서 사 온 시원한 생수와 아이스크림까지 즐기니 다시금 힘이 솟았다. 이제 슬슬 발걸음을 옮길 시간. 화장실을 들린 후에 나갈려고 했는데, 센트럴 마켓의 화장실은 유료! 우리돈 약 150원 정도를 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신기해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우리 가족은 시원한 센트럴 마켓을 뒤로 하고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차이나타운의 벽화거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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