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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말레이시아 ⑤ 랑카위의 독수리를 만나다

말레이시아의 섬, 랑카위에서의 특별한 시간

by Wynn

쿠알라룸푸르 다음 목적지는 말레이시아의 제주도라고 불리는 랑카위(Langkawi). 말레이반도의 서북쪽으로 약 30km 지점에 위치한 랑카위는 초록색의 맑은 바다와 깨끗한 해변, 망글로브 숲으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휴양지 중 하나다. 랑카위섬은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독수리가 상징이며 열대 우림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가 유명한 섬이었다. 우리 가족은 말레이시아의 도시와 자연, 특히 바다를 체험해 보기 위해서 랑카위를 여행지로 삼았다.


오후 1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10시 30분쯤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말레이시아 국내선 체크인을 하는데 대부분 자동화된 시스템. 티켓을 인쇄한 후에 자동으로 수화물 부치는 기계 앞에 서서 짐 체크를 하고 벨트에 올렸다. 수화물의 무게가 각각 21kg, 18kg. 순간 기계에서 빨간 불이 켜졌다. 확인해 보니 무게 제한이 20kg. 대한항공은 23kg이었지만 말레이시아항공 국내선은 아니었다. 담당자가 달려오더니 짐을 분산시키라는 것. 길게 늘어진 대기줄 앞에서 우리는 캐리어를 열어서 짐을 각각 19kg 수준으로 나눴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얼마나 창피하던지. 겨우 겨우 짐을 밀어 넣고 탑승 수속을 마무리하고 탑승구로 향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랑카위로 향하는 항공편은 1시간 간격으로 있었다. 말레이시아 항공과 에어 아시아가 주로 운행하는 듯했다.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우리 비행기는 이륙했다. 비행기 내부는 우리 제주도 가는 항공기와 유사했다. 가는 길에 작은 생수 한통과 땅콩을 나눠주었다. 짭짤한 것이 맛이 나쁘지 않았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랑카위 공항에 비행기는 살포시 착륙을 했다.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따사로운 햇살이 우리를 반겼다. 쿠알라룸푸르와 다르게 신선하고 산뜻한 느낌, 뭔가 휴양지 같은 분위기였다. 승객들을 따라서 공항 안쪽으로 걸어가니 짐을 찾는 공간이 나왔다. 손으로 짐을 옮기는 시스템이라서 짐이 나오는데 10여분 이상이 걸렸다. 짐을 가지고 랑카위 공항을 나섰다.

공항을 나서면서 예약한 렌터카를 찾았다. 랑카위 렌터카는 업체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약을 하면 공항 앞으로 차를 가지고 오는 시스템이었다. 예약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바로 앞에서 차를 빌릴 수 있는데 가격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소형차가 하루에 4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찾아도 우리가 예약한 차가 없다는 것. 보통은 메신저로 연락이 오는데, 그것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업체에 전화를 걸어보니 내가 날짜 예약을 잘못한 것이었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부터 이틀을 예약한 것.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업체 담당자 차량 사용 유무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준다고 했다. 다행히 업체의 배려로 3만 원 정도를 더 내고 하루 일찍 차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예약한 동일한 차량이었고 차량 상태도 양호했다. 6만 km 정도 달린 차였는데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차를 빌려서 랑카위섬 동쪽으로 향했다. 랑카위를 상징하는 독수리 공원에 들러서 사진 한 장을 찍기를 위해서였다. 공항에서 독수리 광장까지는 약 30분 거리. 드라이브를 하면서 랑카위가 어떤 곳인지 보고 싶었다. 가는 길은 4차선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차가 밀리는 곳도 없었다. 가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베트남과 괌을 반반 정도 섞어놓은 분위기였다. 조금은 투박하고 순박해 보이는 풍경이었지만, 관광지답게 도로와 공원은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날씨는 조금 더운 여름 제주도에 온 느낌이랄까. 이것이 내가 느낀 랑카위의 첫인상이었다.

독수리 광장 입구에 주차를 하고 바다 바로 앞에 있는 거대한 독수리상 앞으로 갔다. 그 웅장함이 남달랐다. 내가 본 가장 큰 독수리상이었다. 한화이글스팬인 나는 이 거대한 독수리를 이글스파크로 가지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우리 가족은 정말 사진 몇 장을 찍고 바로 공원을 떠났다. 이유는 레박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배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시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공항 근처에 있는 리조트 선착장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2박 3일 머물 숙소는 레박 아일랜드 리조트.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1~2시간 간격으로 운영이 되어서 시간을 잘 맞춰야 했다. 17시 배를 타기 위해서 선착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4시 40분 정도에 선착장에 도착. 전용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대기실에서 배를 기다렸다. 우리처럼 체크인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잠시 리조트에서 나와서 시내 관광이나 쇼핑을 하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17시 정착에 리조트 전용 선박이 도착했고 우리 가족은 그 배를 타고 레박 아일랜드로 들어갔다. 배를 타는 시간은 겨우 7분 정도. 쾌속정이라서 그런지 눈 깜짝할 사이에 레박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는 멋진 요트 정박장이 있었고 레박 아일랜드 표시석이 눈에 들어왔다. 레박 아일랜드는 개인이 소유한 섬인데, 리조트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깨끗하게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리조트 체크인 장소로 향했다. 배를 같이 탔던 호주 가족에게 들으니 미리 전화를 주면 전동카트가 나와서 태워준다는데 우리는 그냥 걸어서 리셉션까지 향했다. 가는 길에 다리 하나가 있었는데 옆을 보니 명글로브 숲이었다. 바로 열대 우림. 다리를 건너는데 아들 녀석이 깜짝 놀라며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엄청나게 큰 도마뱀을 봤다는 것이다. 사실 숲에는 원숭이와 왕도마뱀이 산다는 것을 익히 알았기에 아이에게 놀라지 말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다행히 랑카위섬의 왕도마뱀은 사람에 무해하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5분 정도 걸으니 리셉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원한 웰컴 드링크와 물수건을 주셨다. 목이 말라서 그랬는지 그 음료가 너무나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간단히 리조트 설명을 듣고 방키를 건네주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용카트를 타고 방으로 이동했다. 짐은 미리 방안에 정리되어 있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곧장 발코니로 향했다. 잠시 의자에 앉아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둘러보았다. 고요했고 평화로웠다. 마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은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면서 보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가끔씩 볼을 스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 리조트에서 준비해 준 레드와인과 과일을 먹으며 레박 아일랜드의 밤을 즐겼다. 그렇게 랑카위에서의 첫날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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