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여행 이야기
낯선 이국땅, 호주 케언즈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막막했다. 기댈 사람 하나 없었고 가진 돈도 넉넉하지 않았기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하나둘씩 만나고 파트타임 일자리가 생기면서 시나브로 호주 생활이 익숙해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따사로운 열대 햇살 아래에서 푸른 케언즈의 바다를 즐겼다. 아침마다 해변가를 조깅하거나 유칼립투스 나무 향을 맡으며 케언즈 공원 산책을 즐겼다.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에 만들어진 인공 해변에서 수영을 했고, 공원 잔디밭에서 퀸스랜드의 XXXX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바비큐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세상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도 즐겼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에는 남쪽의 털리강 래프팅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고, 북쪽의 포트 더글라스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다. 거대한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에서 틈틈이 스노클링도 즐겼고, 한국에서 찾아온 YPM 2기 후배들과 골드코스트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내가 받은 비자 '워킹홀리데이'의 의미를 담아서,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여행하는 호주 생활을 즐겼다.
케언즈에서 석 달 정도를 지났을까? 반복되는 생활이 조금씩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떠날 시간이 온 것이었다. 나는 케언즈를 떠나서 호주의 중심부인 앨리스 스프링스로 향하기로 결정. 2박 3일 동안 4륜 구동 버스를 타고 호주의 아웃백으로 떠났다. 난생처음으로 떠나는 붉은 사막 여행. 하루는 포장된 길을 달렸지만 이튿날부터는 아웃백의 비포장길을 달렸다. 4륜구동 자동차만 달릴 수 있는 그곳.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는 비포장 길이 이어졌다. 해질 무렵에는 사막 위로 뛰어노는 캥거루가 보이는 진정한 아웃백이었다.
호주 사막의 중심인 앨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하여 나는 아웃백 캠핑 투어를 신청했다. 2박 3일 동안 울루루와 킹스 캐니언을 둘러보면서 사막에서 캠핑을 하는 투어였다. 사막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밤이면 모닥불을 피우고 모래 위에서 침낭을 덮고 잠을 자는 야생 투어였다. 영국과 캐나다, 인도와 독일, 일본과 한국 등 모두 10여 명이 12인승 버스에 올라서 극한 투어를 시작했다. 서로서로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2박 3일 동안 함께 생(?) 고생을 하면서 한 가족처럼 애틋한 전우애가 생긴 우리 여행팀. 우리 여행그룹이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사막에서의 애벌레 먹기. 원주민들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땅속의 거대한 애벌레를 먹었는데, 가이드가 땅 속에서 애벌레를 한 마리 발견했고, 누군가 한 번 시식을 도전해 보라는 것이었다. 징그러운 모습 때문에 모두가 망설이는 순간, 내가 손을 들었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나는 과감하게 새끼손가락만 한 애벌레를 먹었다. 모든 친구들이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근데 은근히 담백한 것이 나름 매력적인 맛이었다. 나의 용기 덕분에 투어 내내 우리 팀의 구호는 내 이름이었다. 2002년 월드컵 신화에 이어서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펼친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친 울루루. 그 거대한 모습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울루루(Uluru)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하나의 붉은 바위로, 호주 원주민들에게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성스러운 땅이었다. 세상의 중심으로 불리는 곳으로 호주에 가면 꼭 들리고 싶은 장소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울루루에 올랐다.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의 중심으로 향했다. 정상에 올라서 나는 사방으로 펼쳐진 호주 사막을 마음에 담았다.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이었다. 내 삶의 최고의 풍경, 그 중심에 선 순간이었다. 근사하게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나는 울루루 아래로 내려왔다. 해가 질 때는 뷰포인트로 이동하여 시시각각 변하는 울루루의 장관을 눈으로 담았다.
그날 하루 우리 팀은 울루루가 잘 보이는 사막 야영장에서 침낭을 덮고 잠을 청했다. 모닥불 사이로 펼쳐지는 밤하늘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별빛이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부스스한 얼굴로 바위 둘레를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를 걸었다. 원주민의 성지와 벽화를 보면서 새삼 자연과 하나가 된 호주 원주민들이 삶에 대한 지혜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근처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를 하고 3시간을 더 이동했다. 와타르카 공원(Watarrka National Park) 내에 있는 거대한 사암 협곡인 킹스 캐니언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은 호주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곳으로 협곡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가 일품이었다. '에덴의 정원(Garden of Eden)'과 '잃어버린 도시(Lost City)' 등으로 이름 붙여진 멋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경치가 아름다웠지만 문제는 파리였다. 우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막의 파리떼들이 어마어마했다. 입을 닫고 조용히 걸어야 했는데, 가끔씩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파리를 먹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 인생 최고의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다시 앨리스 스프링스로 돌아왔다. 호주의 붉은 사막을 온몸으로 체험한 캠핑. 사막의 중심에서 울루루와 킹스캐니언을 걸으며 나는 또 다른 세상을 체험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사는 세상은 넓고, 그 세상 속에서 보고 듣고 체험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