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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19. 2022

제주도 우도에 가면

우도 비양도, 검멀레, 우도등대, 우도봉(소머리오름)

제주도에 다시 화창한 가을 날씨가 돌아왔다. 바람은 조금 불었지만,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눈부실 정도였다.

오늘은 그동안 미루어놓았던 우도를 찾기로 했다.

우도는 섬의 모양이 소가 드러누웠거나 머리를 내민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제주도의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제주도 섬들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 10년 전에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섬 전체를 둘러본 이 있었지만, 아이와 같이 우도를 여행한 경험은 없었다. 어린  아들에게도 제주 우도의 자연을 선물해주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았다.

우선 성산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티켓을 끊었다. 방문객 중에서 미취학 아동이나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동반한다면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하여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가지고 우도로 들어갔다. 배 시각은 30분 간격이었으나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수시로 승선 인원과 차량이 채워지면 배를 운항하고 있었다. 다만 마지막 배가 5시라고 늦지 않도록 우도 선착장에 와야 한다고 매표 직원은 이야기했다. 배에 차를 싣고 우리는 성산포에서 우도로 향했다. 약 20분 정도가 지나서 우리는 우도 하우목동 포구에 도착했다.

성산포에서 우도로 향하는 배

먼저 사람들이 모두 내린 후에, 차량 하차가 진행되었다. 우리는 자동차를 이용해 북쪽 해안도로로 이동했다. 하우목동 포구에서 북쪽의 우도 봉수대,  동쪽의 하고수동 해수욕장, 그리고 비양도로 향했다. 해안도로에는 1~2인승 전기차 행렬이 이어졌고, 전기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우도를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길이 그리 넓지 않았기에 조심 운전을 하면서 우도의 해안 도로 풍경을 즐겼다. 포구에서 반대편으로 오니 비양도가 보였다. 섬(제주도) 속의 섬(우도) 속의 섬이 바로 비양도였다. 참고로 제주도에는 비양도가 2개가 있다. 우도의 비양도와 협재해수욕장 앞의 비양도가 있으니 혼동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도 비양도 캠핑장

우도의 비양도는 지난 겨울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 씨가 올레길을 걸어서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곳으로,  일몰이 그리 아름답다는 그 장소였다. 과거 여행을 와서 멀리서만 지켜봤기에 이번에는 우도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 직접 비양도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송에서 보았던 초원으로 된 넓은 캠핑장이 보였다. 백커들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은 제주도의 가장 동쪽에 있기에 바람이 상당히 강했다. 모자가 바람에 날아갈 정도였다.  그런 바람 속에서도 이미 3개의 텐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만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 돌로 벽을 만들어 놓은 것이 특별해 보였다. 캠핑장을 지나니 봉수대가 보였고, 그 위로 올라가니 저 멀리 먼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양도 봉수대와 비양도 표시석

비양도 표지석이 있는 곳에는 소라로 세워진 탑이 있었고 해녀 횟집이라는 작은 음식점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현지 해녀분들이 직접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들을 파는 식당이었다. 아이도 배가 고프다고 하여 이곳을 찾았다. 신선한 모둠회와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뿔소라 구이를 주문했다. 잠시 후에 음식이 나왔는데, 아들이 뿔소라 에 흠뻑 빠져버렸다. 나와 아내가 먹을 틈도 없이 소라구이는 아이 입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아들은 엄지 척하며 최고로 맛있다고 음식을 칭찬했다. 소라뿐만 아니라 함께 나온 모둠회 역시 신선함 그 자체였다. 제주도와 와서 먹어본 해산물 중에 가장 신선한 최고의 맛이었다. 해산물을 점심으로 먹고 우리는 검멀레 해수욕장 근처로 와서 우도의 명물 땅콩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먹었다. 나쁘지 않은 음식 궁합이었다.

우도 해산물과 뿔소라 구이, 그리고 땅콩 아이스크림

우리는 다시 검멀레 해변으로 내려가서 산책을 시작했다. 보통은 위에서만 살짝 둘러보니 지나가는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충분하여 아이 손을 잡고 직접 바닷가로 내려갔다. 검멀레라는 명칭은 해안의 모래가 전부 검은색을 띠고 있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해수욕장은 검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다. 푸른 바다와 하얀 파도. 그리고 검은 모래가 하나 되어 자연이 만든 최고의 풍경을 선사했다. 해변에는 바닷에서 밀려온 해초류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자연산 미역처럼 보였는데, 상당히 많은 양이 해수욕장으로 밀려와 있었다. 해변을 지나서 절벽 근처로 가니 해식동굴인 동안경굴이 있었다. 인근의 사람들 그 모양이 마치 고래 콧구멍처럼 생겼다고 했다. 물이 빠지면 약 5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큰 규모라고 했다. 아직 물이 차 있었기에 멀리서 동굴을 지켜보고 사진 몇 장을 남긴 후에 계단을 다시 올랐다.

검멀레 해수욕장과 동안경굴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우도봉. 우도에서 기장 높은 봉우리로, 섬의 유일한 기생화산인 소머리오름 정상으로 향했다.

우도봉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시작되었다. 숲길을 지나는 계단을 10분 정도 올랐다. 숲을 빠져나와서 등 뒤를 돌아보니 우도의 동쪽 해안선이 한눈에 펼쳐졌다. 우리가 오전에 들렸던 비양도부터 검멀레로 이어지는 해안 길이 그대로 들어왔다. 가슴이 확 트이는 풍경이었다. 조금 더 오르니 등대로 가는 오름의 능선을 만날 수 있었다.

우도봉 가는 길

능선을 따라서 우도등대 쪽으로 걸어갔다. 바닷바람이 조금 거셌지만, 풍경에 취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른쪽을 바라보니 말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는 우도의 서쪽 평원과 우도저수지가 눈에 들어왔고,  왼편에는 우도의 동쪽 해안과 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왔다. 능선을 10분 정도 더 걸어서 우도 등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저 보인 등대가 2003년 11월까지 사용했던 우도 등대였고, 뒤 쪽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우도 등대가 있었다.

우도 서쪽 평원과 우도 동쪽 해안선, 그리고 우도 등대

등대에 올라서 주위의 풍경을 바라봤다. 어떤 단어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리고 놀라운 풍경이었다. 하늘과 바다, 우도가 조화롭게 펼쳐지면 한눈에 담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잠시 먼바다를 보면서 사색하며 시간을 즐겼다. 우리가 사색을 즐기는 사이에 아이는 등대를 뒤로 하고 등대 전시관으로 들어가 있었다. 따라가보니 전시관에는 우리나라 등대의 역사와 각종 체험기, 영상들이 있었다. 함께 하나하나를 관람한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소망 항아리가 있었다. 아이에게 동전 하나를 주고 던지게 했는데. 역시나 실패. 그래도 우리 가족은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자는 작은 소망을 남기고 우도봉을 천천히 다시 내려왔다.

우도등대 전시관

우도봉에서 내려온 우리는 우도의 남서쪽 해안도로를 거쳐서 다시 하우목동 포구로 향했다. 마지막 배가 5시였기에 넉넉히 4시 10분쯤에 포구에 도착했고, 4시 20분에 출발하는 배에 올랐다.

아들과 나는 갑판 위에 올라서 우도와 안녕하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성산포항으로 돌아왔다.

우도에서 성산포 가는 배

다시 찾은 우도는 과거와는 달리 조금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관광객들도 더욱 많아졌고, 예쁜 카페와 상점도 늘었고, 작은 자전거보다는 전기차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우도의 매력은 여전했다. 그곳에는 섬도 있었고, 산도 있었고, 아름다운 등대와 맛있는 음식까지 마냥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도 가족이 함께하는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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