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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18. 2022

감귤 따기 딱 좋은 날씨네

감귤체험, 귤의정원 바령, 해녀박물관

제주 살이도 절반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아내, 그리고 7살 아들과 함께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꼈지만 아직도 해보지 못했던 몇 가지 미션이 남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감귤 따기 체험이었다.

며칠 전부터 아이가 귤 따기를 해보고 싶다고 내게  조르기 시작했고, 제주  마트에서 구매한 귤도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감귤 체험을 하기 위해 '귤의정원, 바령'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감귤 체험장은 서귀포 쪽에 있었지만, 귤의 정원 바령은 우리 가족 숙소가 있는 조천에 위치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tv 예능프로그램인 바퀴달린 집에서 청귤을 체험하는 장소로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감귤 체험장이었다.

체험 농장으로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햇볕도 그리 강하지 않고, 구름도 적당히 끼어 있었기에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바람도 잔잔했기에 오늘은 정말 감귤 따기가 딱 좋은 날씨였다.  감귤 체험장에 도착하니 평일임에도 주차장이 가득 차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감귤 체험을 위해 농장을 찾은 듯했다. 같이 도착한 다른 가족 몇 과 함께 농장 입구로 들어갔다. 오솔길을 따라가니 넓은 감귤 밭과 아기자기하게 꾸민 예쁜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귤의정원 바령

농장 주인분에게 바령 농장 안내와 감귤 따는 방법, 체험에 대한 유의사항을 듣고 본격적인 감귤 따기 체험이 시작되었다. 1인당 8천 원의 체험료를 내고 우리는 작은 통 3개를 받았다. 이 통에 귤을 따서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고, 농장에서 딴 귤은 얼마든지 그 자리에서 그냥 먹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예쁘게 단장된 귤 밭 안으로 들어갔다. 귤나무에서는 주황색으로 익은 귤 들이 수북하게 열려있었다. 그리고 잘 익은 귤들을 찾아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나하나 귤들을 따서 먹어본 후에 맛이 좋은 귤들이 있는 나무를 집중 공략했다.

햇볕이 잘 드는 가지의 귤들과 크기가 적당한 귤들이 상대적으로 당도가 높았다. 아내와 아이는 서로 딴 귤 맛을 확인해가며 최고의 귤들을 찾아서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녔다.  나는 농장 체험이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근데 아들과 아내는 올해 겨울에 이미 한 번 체험을 해봐서인지 능숙한 손놀림으로 귤을 따고 있었다. 7살 아들에게서는 농사꾼의 진심이 느껴질 정도로 열정을 다해 귤을 고른 후에, 까지 보면서 귤고 있었다. 아들은 내게 가위 사용법과 귤 고르는 법까지 알려주었다. 그런 아이의 대견한 모습을 보니 환한 웃음이 나왔다. 역시 경험을 선물해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었다. 20여분 정도 귤을 맛보면서 우리는 열심히 귤을 땄다. 그리고 최고의 귤들을 모아서 3개의 바구니에 가득 채웠다.

귤 따는 과정

귤 체험을 마치고  농장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귤의정원 바령'은 단순히 귤 농장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과 사진 찍기가 가능하도록 정성껏 농장을 꾸며놓고 있었다. 농장 중앙에는 아이들을 위한 수동식 레일바이크도 있었고, 예쁜 산책길과 모래 놀이와 음악 놀이, 그네 타기가 가능한 장소들이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사진 찍기 좋은 소품들도 모아놓았다. 이런 것들을 둘러보며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떠나기 전에는 아들의 피아노 솜씨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감귤 체험을 하며 힐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악기놀이터와 피아노, 그리고 레일 체험

감귤 체험을 마치고, 우리는 지난번 올레길을 걸으면서 마지막 종착점이었던 해녀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을 향해 가면서 지난 화요일 우리가 걸었던 올레길을 다시 한번 확인해볼 수 있었다. 차를 타면 정말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길이 왜 그리 힘들게 느껴졌는지. 그냥 웃음만 나왔다. 분명한 것은 차를 타고 갈 때와 걸어갈 때의 풍경은 다르다는 것. 걸어야지만 진정으로 그 풍경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녀박물관은 구좌읍 세화리에 있었다. 해녀의 문화적 가치와 보전을 위해 2006년에 만들어진 박물관으로, 3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시관별로 해녀의 생활과 일터, 생애를 표현해 놓았다. 1 전시실에는 해녀의 집과 살림살이 등을 볼 수 있었고, 2층에 있는 2 전시실에는 해녀 도구와 역사, 공동체 등이 설명되어 있었다. 가장 이목을 끈 것은 해녀들이 물질은 준비하는 불턱을 실감 나게 전시한 것이었다. 작업도구와 해녀복, 그리고 그녀들의 표정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3 전시실에는 해녀들의 생애를 기록한 장소로, 회고담 인터뷰와 경험담 등을 영상자료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제주해녀박물관
2 전시실의 불턱을 재현한 모습

지난 2016년 유네스코가 제주 해녀를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직업군이자, 제주의 독특한 문화 가치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전시관에서도 이곳을 찾은 몇몇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가족도 전시관을 세심하게 둘러보면서 제주해녀들의 쉽지 않았던 삶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제주생활 17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제주도에 대해서 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예쁜 관광지가 아닌,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한 특별한 장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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