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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17. 2022

탐라의 신화와 수학이 만난 날

삼성혈, 제주 수학체험관

오늘은 삼성혈을 찾았다.

며칠 전 제주시 박물관 투어를 다니면서 문뜩 지나쳤던 삼성혈. 제주를 들릴 때마다 우연히 삼성혈 앞을 몇 번 지나쳤고, 그때마다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역사 유적지일까? 아니면 제주시의 대표 공원? 아니면 뭔가 특별한 화산 지형이 있는 관광지? 오늘은 나의 오래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삼성혈을 방문했다.


도심 속에 위치한 삼성혈 입구에는 가을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여기저기에서 관리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낙엽을 치우고 계셨고, 우리 그분들 사이로 삼성혈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나무들이 가득한  숲 속에서 뭔가의 신비스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 나무들 사이로 깔끔하게 정리된 산책로가 있었고, 오래된 비석들도 보였다. 전시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삼사석비였다. 이 비석은 1735년 제주목사 김정이 탐라국의 시조의 이야기를 적어 놓은 비석이었다. 비석에는 고씨, 양씨, 부씨 3명의 시조가 벽랑국의 세 공주를 배필로 맞아 각자 살 땅을 정하려고 화살을 쏘았다는 전설이 적혀 있었다. 원래는 화북동 삼사석 옆에 있다가 2009년 삼성혈로 옮긴 것이었다. 내용을 보니 이곳이 탐라 시조들에 대한 특별한 장소임 짐작되었다.

삼성혈 입구와 오래된 비석, 그리고 삼사석비

바로 앞에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삼성혈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히 되어있었다. 여기는 탐라왕국의 발상지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고 삼신인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신성한 신화의 중심지였다. 전시관에 들어가서 제주도 여기저기에 있는 신화에 대한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영상실에서는 그 신화를 약 13분 정도의 애니메이션으로 상영하고 있었다.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직접 상영 버튼을 누르면 바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 3명은 오붓하게 자리에 앉아서 영상을 관람했다. 삼신인의 등장부터 제주도에서의 생활, 그리고 결혼과 농경생활의 시작, 영역의 분할과 탐라왕국의 설립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이제야 삼성혈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과 영상실

전시관을 나와서 삼성혈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을 풍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산책로와 사진 찍기 좋은 연리목, 그리고 아이들이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아기자기하게 잘 구성되어 있었다. 삼성전이라고 하여 시조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장소도 나타났다. 제주 도심 속에서 잔잔한 숲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신비스럽고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삼성전
산책로와 전통놀이 공간, 연리목

산책로 전체를 둘러보고 삼성혈 중심을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다. 안내판에는 이곳 탐라를 창시한 삼성 시조(제주고씨, 제주양씨, 제주부씨)가 용출하신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둥근 비석들 사이에 3개의 땅속 구멍이 있었고, 하늘에서 세 삼신인이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전해진다고 했다. 참으로 신비스러운 곳이었다. 아주 오래전 우리 조상들의 창의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혈

그리고 산책로에서 특별한 예술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오늘(11.16)부터 23년 2월 12일까지 제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소 중의 하나가 삼성혈이었다. 삼성혈에는 3개의 작품이 있었다. 세 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 작품 2개와 움직이는 정원이라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세 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

그 중 숲 속에 있는 '세 개의 문과 하나의 거울 1' 이라는 작품은 탐라 전설의 장소를 현실의 공간과 교차시켜 모호한 경계를 영화적 이미지로 표현는데, 영상과 실제 숲의 조화가 오묘하고 신비스러워서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제주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삼성혈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간단히 제주 고기 국수와 돔베고기로 점심을 먹었다.


다음 목적지인 제주 수학체험장으로 향했다. 삼성혈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이동이 수월했다. 수학체험관은 아이들이 수학과 관련된 체험을 목표로, 기기와 교구 등을 활용하여 총 49개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제주수학체험관

어린아이부터 학생들, 그리고 성인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에 대한 기본부터 공약수와 공배수, 피타고라스 정리와 수열, 3차원 공간 좌표, 함수까지 수학을 놀이와 체험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만들어 놓은 체험도구들은 절반 정도였고, 대부분을 이해하고 체험하려면 고등학생 수학의 이해도는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다만 옆에서 부모님이 도와준다면 어느 정도는 어린아이들도 소화할 수 있을 듯했다. 우리 아들과 함께 도형에 대한 게임을 다수 체험을 했고, 퍼즐처럼 놀이를 이어나갔다. 나는 갑자기 수학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왔지만, 어린 아들은 호기심이 가득했던지 하나하나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놀라울 따름이었다.

다양한 교구들을 활용한 수학 체험
하노이 탑 게임

마지막에는 하노이의 탑 게임에 도전했다. 원판을 순서대로 크기별로 옮기는 게임으로, 한 번에 하나씩만 가능하고, 절대로 작은 원반 위에 큰 원반을 놓을 수 없는 규칙이 있었다. 왠지 복잡해 보이는 게임이었는데, 아이가 4개의 원반까지 실수 없이 옮기는 것이었다. '오우'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시행착오의 반복. 아내가 아이를 도와서 7개까지는 성공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2개는 내가 불가능하다며 말릴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것을 성공하는 최소의 수가 2의 N제곱에서 1을 뺀 것이었다. 6개라면 63번이면 가능하고, 7개라면 127번이면 가능하지만, 8개부터는 255회, 9개는 최소 515번이 걸린다. 너무 오래 걸리는 게임이었기에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7개라도 아마도 150번 정도를 이동했으니 어머어마한 노력을 한 것이었다.  이 게임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수학체험관을 나왔다. 4층에서 가상현실 쳬험을 해보고 싶었지만, 공사 중이라는 말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아쉬워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리고  어제 열심히 올레길을 걸어준 아이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하나 해주기 위해 장난감 가게로 향했다. 제주도에 내려와서 사려니 숲길부터 한라산 백록담, 그리고 올레길까지 아이가 너무 고생이 많았던 듯하여 오늘은 장난감 선물을 약속하고 토이 마켓 제주를 찾았다.

제주 장난감 가게

2층으로 된 장난감 가게는 다양한 장난감들로 가득했다. 아들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장난감을 구경하기 바빴다. 하지만 우리의 독촉에 자기가 원하는 장난감 하나를 골라서 바로 가게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리 비싼 장난감을 고르지는 않았다.


오늘 하루 우리 가족은 탐라 신화의 탄생지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수학체험관까지 특별한 경험 소소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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