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은 생각할수록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정말이지 혼자서도 할 수 없고, 종종 도구나 다양한 아이템들의 힘을 빌려야 해요. 그래도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유일하게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 아니겠어요? 만물의 영장답게 적재적소에 맞는 다양한 간병 꿀템들을 사용한다면, 고단한 간병 생활이 조금 더 슬기로워질 거예요.
욕창을 관리하기 위해서, 때로는 부기를 빼기 위해, 장과 배변활동을 위해 애용하고 있는 프로 간병러의 간병 꿀템들을 소개할게요!
(문제가 될까 봐 정확한 구입처는 남기지 않았어요. 혹시 루게릭 환우 가족이나 다른 와병으로 간병하시는 분들 중 글 속 꿀템들의 정확한 구입처가 궁금하신 분들 / 또는 다른 상황에서 활용할 만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신 분께서는 제게 연락 주시거나 댓글을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드릴 수 있길 원해요 :D)
1) 단 5분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도넛 방석
이것이야말로 진정 필수 of 필수템! 보통 24시간 누워 지내는 환자분들의 경우 가장 욕창이 생기기 쉬운 부분이 엉덩이 부분의 꽁지뼈예요. 게다가 저희 엄마의 경우 루게릭 환자로 몸의 살과 근육이 대부분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꽁지뼈가 도드라져 욕창이 생기는 바람에 애를 많이 먹었었죠. 심지어 계속 한쪽으로 누워 있다 보니 베개에 닿은 귀에도 욕창이 생길 뻔했었어요. 욕창이 생기면 비록 욕창매트를 사용한다 해도 그 부위를 침대와 닿지 않도록 분리해 줘야 하기 때문에 이 방석은 필수랍니다.
보통 눌린 무게 때문에 2달가량이 지나면 방석이 숨이 죽어서 납작해져요. 이렇게 되면 방석을 두 개 사용하거나 새것으로 바꿔줘야 해요. 그리고 납작해진 방석은 머리 등 낮은 방석이 필요한 신체부위에 사용해 주세요. 방석을 너무 오래 하고 있으면 방석 자리에도 욕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은 방석을 뺐다가 다시 해줘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마세요.
2) 욕창 관리에 필수, 방수 습윤밴드
누워있는 환자분들의 경우 대부분 기저귀를 이용해 대소변을 보시기 때문에 엉덩이 부분에 난 욕창을 관리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욕창 부위에 값비싼 메디폼과 밴드를 붙여도 소변에 금세 젖어 버리거나, 대변을 처리하는 손길에 허무하게 떨어져 버리기 십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방수 밴드를 알게 되고 나서는 욕창 부위에 붙인 메디폼을 길게는 이틀에서 사흘까지도 쓸 수 있었어요! 욕창 부위가 대소변에 오염되는 것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고요. 한 장에 500원 정도로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그래도 충분히 쓸 만한 가치가 있는 밴드랍니다.
바야흐로 코로나 시대, 엄마의 폐 건강이 걱정되어 주치의 선생님께 먹어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서 도라지 진액을 구입했어요. 폐를 조금이나마 튼튼하게 해 주기를 기대하며 샀는데 정말 뜻밖의 변비 탈출 효과를 경험했어요. 누워만 있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니 대변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 반드시 관장약을 사용해야만 겨우 대변을 볼 수 있었는데, 도라지 진액을 먹고 나서는 하루에 두 번, 세 번씩 쉽게 대변을 보고 있어요!
나중에 알아보니 도라지에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행여나 위루관이 막히면 안 되기 때문에 건더기나 침전물이 전혀 없는 것으로 구입한 뒤, 따뜻한 물을 넉넉히 타서 위루관으로 주입해 주고 있답니다. 정말 알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싶어요.
4) 부은 발엔 붓기 방석
병원에 입원하고 돌아온 후로 발이 부쩍 붓기 시작했어요. 주물러 주면 그나마 조금 나아졌지만 그때뿐이었고, 5분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너무 허탈해지곤 했죠. 그러다가 sns 광고로 알게 된(?) 붓기 방석! 붓기는 정말이지.. 이렇게 올려놓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덩치가 커서 자리를 좀 차지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없어서는 안 될 방석이 되어버렸어요. 발이 부으시는 분들께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