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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펭귄 Dec 22. 2022

연말 안부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올해도 어느새 한 해가 다 갔네요. 올해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서, 한 해가 어떻게 갔는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아요 ㅎㅎ 12월 초까지만 해도 여전히 따뜻해서 겨울이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갑작스레 찬 바람이 불어오더니 겨울이 완연해졌네요. 찬 바람이 불어오면 애써 잊고 지내던 엄마 생각이 더 짙어집니다.

  오늘은 엄마의 두 번째 기일이에요.



  그 사이 가게는 두 번의 이사를 했답니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배워서 마음의 키도 두 뼘쯤 더 자란 기분이에요. 창업한 지 어느덧 3년 차,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올해의 마음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서 이제는 더 이상 장사가 잘 된다고 들뜨지도, 장사가 안 된다고 울적해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자영업에도 잘 될 때와 안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깨닫게 된 모양이에요. 일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엄마 생각에 차오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고 일하는 날들은 요즘도 여전합니다.

  커피와 차는 입에도 대지 않았었는데 올해부터 밀크티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가끔은 바닐라라떼도 마셔요. 아메리카노도 원샷은 마실 수 있지만 투샷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요. 내년이면 서른이 되어 20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는데 만 나이가 적용된다고 해서 20대를 1년 연장하게 되었지만, 곧 서른이 된다니 제법 어른처럼 느껴지는 나이예요. 멋지게 나이 든다는 건 어떤 걸까요? 서른이 되면 되게 어른 같을 줄 알았는데, 마음과 생각은 여전히 철없는 어린아이 같음에 약간 당황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2월의 어느 날, 울적하고 서러웠던 어느 겨울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을버스에서 두 정거장 일찍 내렸어요. 평소 걸음이면 5분이면 갔을 거리를 거진 20분 동안 아주아주 느리게 걸었죠. 아주 힘든 일을 겪은 날이었는데, 엄마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걷는 동안 덜 치워진 낙엽이 발에 차여 바스락거렸어요. 힘에 겨운 날들이면 어김없이 엄마가 생각나요. 그래서 저는 힘든 게 무서웠어요. 힘이 들면 자꾸 엄마가 보고 싶어 지니까요.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괜찮아질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최애 프로그램은 <금쪽같은 내 새끼>인데요, 가장 최근에는 아내분을 먼저 떠나보내고 네 남매를 홀로 키우는 싱글대디의 이야기였어요. 엄마의 사진을 모두 불태웠다던, 눈물을 애써 참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네 남매와 아버지에게 오은영 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제게도 참 위로가 되었어요.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한다고,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한 시간 반 하는 방송에 한 시간 정도는 줄줄 울면서 보느라 눈은 잔뜩 부었지만, 그래도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날이 많이 추워요. 사랑하는 독자님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라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엄마를 보낸 뒤 1년간은 사진을 보지 못했지만, 이제 건강한 시절의 사진은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가게 한구석에 붙여 놓고 가끔 들여다본답니다. 그리움은 여전하지만 빛깔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요즘.


늘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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