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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기자 Apr 14. 2020

달러 강세, 미국에도 좋을까?

환율로 보는 경제 위기 신호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환율이죠. 지난 몇 차례 에피소드를 통해 환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이번이 환율 관련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앞으로 환율 얘기는 안하냐, 그건 아니고 환율만 가지고 경제, 투자를 다루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시각만 제공할 수 있어요. ‘환율’만 얘기하는 건 여기까지고, 금리나 안전자산, 주식 등과 함께 같이 다뤄보도록 할게요.

# 환율 상승과 투자자금 유출


환율이 상승했을 때,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국내에 투자됐던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기도 하죠.

사실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 투자자금이 유출되기 때문에 위험하다’라는 공식이 반드시 성립되는 건 아닙니다. 환율이 천천히 상승하는 건 큰 리스크는 아니지만 대부분 갑작스럽게 환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높아지는 겁니다. 환율의 급상승은 무언가 경제 리스크가 생겼다는 신호에요.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거나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엔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거나 할 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되죠.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니까, 또 위기 상황에서는 현금(달러) 보유를 하려다보니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안그래도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하게 되고, 이러한 불안한 요소가 생기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고 미국 국채나 달러 등 안전한 자산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게 되면, 즉 갑작스럽게 외국인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외국인은 투자해 회수했던 자금을 달러로 바꿔서 우리나라 밖으로 가져 나가게 됩니다. 우리나라 내에 달러 수요가 높고 공급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외국인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자산은 주식은 물론 채권, 부채도 포함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안그래도 위험한 신호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다가 달러 공급이 줄어드니까 환율은 더 상승하게 되는 거죠. 이게 계속 순환이 되는 거죠.

마침 만기가 도래한 부채에 대해서 외국인 투자자가 상환 기간을 연장하지 않을테니 당장 돌려 달라고 했을 때 돌려줄 자금, 달러가 없을 때는 국가 부도 위기가 오는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지만 신용등급이 내려가거나 위기 상황일 때는 더 빨리 돈을 돌려달라고 하기도 하죠.

1997년 IMF 외환 위기도 이러한 상황이었죠. 이때 트라우마로 인해 우리나라는 환율의 갑작스러운 상승과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뒀어요. 이 덕분에 아직까지는 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많이 벌어온 덕분에 그렇죠. 항상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어느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충격을 대비할 수 있죠.

그리고 최근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어요.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자체가 우리나라 금융이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에 체결이 된거에요.


환율 상승과 투자자금 유출 상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신흥국에게도 외환위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만 아니죠. 1997년 아시아 위기도 이러한 일이었어요

# 환율이 무역이 미치는 영향은


환율이 한 국가의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에피소드에 다뤘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투자처로 관심있는 국가나 이미 투자를 한 국가가 주로 영위하는 산업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 산업이 수출에 큰 영향을 받는지 수입에 큰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경쟁 국가의 환율과 비교해서 어떤지도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일본의 엔화가 강세였을 때 상대적으로 혜택을 봤습니다. 일본의 엔화 강세로 해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수출품 가격이 저렴했어요.

하지만 환율보다도 무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전반적인 경기 상황입니다.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면 모두가 소비와 투자를 줄이죠. 이럴 때는 아무리 상대국가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싸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사지 않게 되죠.

그래프를 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을 때 항상 우리나라 수출이 늘어났던 건 아니라는 걸 볼 수 있죠. 1997년, 2009년, 2016년에 환율이 상승했는데 우리나라 수출증감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어요. 이를 보면 환율 변동보다는 경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볼 수 있죠. 이 때 당시 환율이 상승했지만, 급하게 상승을 했어요. 위기 상황이었다는 의미죠.


# 환율로 보는 위기 신호


무역보다 더 넓은 시각으로 봐야 할 부분이 경상수지와 재정상황이에요. 경상수지는 국제거래에서 이뤄지는 경상 거래에 대한 수지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서, 기업이 영업활동을 지속하면서 수입과 지출이 생기죠, 이와 유사한 개념이에요. 한 국가에서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뺐을 때 플러스면 흑자, 마이너스면 적자입니다.

무역수지는 직접 재화나 서비스, 왔다갔다 하면서 나오는 거고, 경상수지는 무역수지 플러스 이자 수익이죠. 예를 들면 해외 자산에 대한 배당을 받거나 이자를 받거나, 이러한걸 모두 포함한게 경상수지가 되는 거죠.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된다면 외화가 계속 빠져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국가 재정적자도 누적이 되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재정적자는 정부의 살림살이의 적자를 의미하고 재정적자 누적은 정부가 계속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는 의미에요.

정부의 지속은, 예를 들어서 우리 가정에서 대출 규모가 점점 더 늘어난다는 의미와 유사합니다. 대출이 늘어나도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목돈이 들어갈 일이 없으면 큰 위험은 없지만, 갑자기 실직을 하거나 입원을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되죠.
재정적자 누적도 이와 유사하게 보면 됩니다.
  
신흥국이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누적되면 통화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점점 위기에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죠. 만약 투자하고 있는 국가에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겹쳐지고 해당 국가의 화폐가치가 하락, 달러 강세인 고환율 상황이 점차 지속되고 있다면 다시한번 점검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작은 리스크도 크게 번질 수 있습니다.

# 강달러, 미국에는 좋은 일일까


이제 강달러 얘기를 해볼게요. 지금과 같은 상황이죠. 강달러가 지속되면 미국에는 좋은 일일까요?

대부분의 환율은 달러와 연동되어 표기가 됩니다.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환율 하락은 달러 약세를 의미하죠. 달러는 기축통화니까요.



미국은 대표적인 소비국가에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많은 제품이 미국에 수출되어 판매됩니다. 수입을 많이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되니까 수입물가는 비교적 떨어지겠죠.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좋은 일 아닐까요?

단기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이는 디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으로 서비스와 상품의 가격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걸 얘기합니다. 처음에는 가격이 떨어져서 좋은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오늘 1만원 하던 가방이 내일은 8000원한다면, 오늘 가방을 안 사고 내일 사게 되는 거랑 비슷하게 보면 됩니다. 소비를 계속 미래로 미루게 됩니다. 또한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불황이 오면, 정부는 금리하락 등의 통화 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워져 경기를 회복시키기 더욱 어렵게 됩니다.

금리를 인하를 해도 사람들이 기대감을 갖기 보다는 이게 더 큰일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더 위기감을 느끼고 있죠.

특히나 미국에 디플레이션이 오게 되면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국가들도 강달러가 너무 오래 지속되는 건 두려운 일이겠죠. 오히려 전 세계의 경기가 평화로워지는 건 달러 약세인 상황에서 다른 국가의 화폐들이 함께 강세를 보이는 현상입니다. 어느 한 국가의 화폐가 강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서로가 비슷한 수준의 수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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