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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지순 Jan 30. 2018

최고의 경주빵을 찾아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경주빵은 1939 년 경주시 황남동에서 처음으로 밀가루 반죽에 팥을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황남빵이라고도 불린다. 경주에 가서 여행객들이 심심치 않게 사 오는 먹거리이기도 하다. 필자는 업무상 가끔 경주에 갈 일이 생기면 현지 경주빵 맛을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솔직히 몇 년 전 지인에게 받은 경주은 맛이 평이해서 출장을 가서도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금번 출장은 달랐다. 업무를 마치고 신경주역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불현듯 경주빵 생각이 났다. 역시나 관광단지에 몰려있는 무수한 경주빵집 중에 어디를 가던 그 빵맛이겠거니 하고 지나치려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경주에서 오래 사셨어요?"라고 운전기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운전기사는 경주 토박이는 아니지만 20년 이상 택시운전을 해서 경주시내를 손바닥처럼 고 있다고 자부했다. 기대반 의심반으로 최고의 경주빵집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분은 흔쾌히 목적지로 차를 몰았다. 그곳은 길가에 큰 간판을 걸고 원조 경주빵이라 호객하는 집이 아닌 골목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허름한 빵공장이었다.


빵공장이지만 일반 소비자도 경주빵과 찰보리빵을 구매할 수 있게 별도의 코너가 있었다. 운전기사는 익숙한 듯 카운터 앞에 놓인 빵을 집어 들고 판매원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곤 이렇게 말을 건넸다. "여기서 만든 빵이 주변 빵집으로 공급되고요, 뭐니 뭐니 해도 갓 만든 빵이 가장 맛있는 빵이에요."  


양팔에 빵 상자의 무게를 느끼며 기차에 올랐다. 앞자리에 앉으려는 승객도 한 손에 경주빵을 들고 황급히 자리를 잡는다. 내심 '저분의 빵은 내 것보다 못할 거야'라는 짓궂은 마음을 먹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역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파는 집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는 먹거리들이 많다. 예를 들기 시작하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점포는 다르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또 다른 점포는 같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선두주자는 우월함를 내세우고 후발주자는 선두주자와 동일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원조'라는 문구를 추가로 넣어서라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하다. 


고객들에게 '맛'을 각인시키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게 외식업의 현주소다. 동해안의 모 항구에서 수많은 새우튀김 포차 중에 유독 한 군데만 길게 줄을 서는 이유는 분명 있다. 이는 비단 외식업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직업의 세계도 같다.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경쟁은 피하기 힘들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의 동일 직군의 사람들이 한두 명씩 퇴사하는 것을 본다. 또한 동일 산업군의 기업들이 없어지고 새로 생긴다. 마치 어느 빵집이 문을 닫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가게를 인수하듯. 경쟁자가 회사를 떠나면 그 자리를 비우거나 누군가로 채워진다. 다소 삭막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이직도 결국 경쟁을 통해 가능하다. 이직을 선택하면 경쟁자는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물지만 옆자리에 있던 직장 후배를 같은 면접장소에서 마주칠 수 있다. 팀장은 향후 본인을 능가할 경력자는 팀원으로 잘 뽑지 않는다. 즉 팀장은 팀장감이 아닌 본인을 서포트(support)할 사람을 찾는다. 현실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경주 택시기사가 소개해준 빵집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도매와 소매를 겸하며 소매는 오프라인 및 온라인 양쪽을 활용한다. 마치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SPA 브랜드가 전개하는 전략을 보는 듯하다.

 

이 부분을 개인에게 접목하면 아래와 유사하리라.


나만의 콘텐츠를 보유하여 
현 직장뿐 아니라 경쟁 기업 및 글로벌 기업에도
 꺼내 쓸 수 있는 직장인


위와 같은 직장인은 솔직히 드물겠지만, 손님이 스스로 찾아오리라고 기대하는 맛없는 빵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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