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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지순 Mar 07. 2018

사과나무와 직장인

사물 에세이

우리나라에서 농식품부 주관으로 농업마이스터를 정기적으로 선정한다. 농업마이스터는 재배품목에 대한 전문기술과 지식, 경영능력과 소양을 갖춘 전문농업경영인을 말한다. 그야말로 농업과 관련한 한 분야에서 '장인'이라 칭송할 수 있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농업마이스터는 국가에서 부여하는 일종의 명예직으로 본인의 재배품목에 대한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임도 함께 주어진다. 선발과정도 매우 까다로워 단순 경영실적뿐 아니라 농업에 대한 자세 및 소양도 중시한다.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농산물이니 의약품 못지않게 '양심'이라는 잣대도 필요하다.


우연한 기회에 사과 마이스터를 만나게 됐다. 사과는 땅에 씨를 심으면 싹이 뜨고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는다는 공식화된 수순으로 알고 있던 필자에게 장인과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과는 고대 그리스나 로마시대에서 즐겨 먹었다고 하는데  17 세기에 미국에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8 세기 초에 재배되어 경제적 목적으로는 19세기 초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조선시대는 누구나 손쉽게 사과를 먹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사과를 구하기 힘들었지만, 현대에는 사과를 재배하기가 만만치 않다. 사과 장인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사과농장은 토심이 깊어야 해요. 토심은 겉흙을 말하는데요. 겉흙 밑은 삽도 안 들어가는 생땅이에요. 생땅이 1 미터 이하이면 괜찮아요. 토심이 좋은 토양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즉 개질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토양이 산성이어서 석회질을 충분히 섞어주어야 해요. 다른 토양을 옮겨놓기도 하고요. 맨땅에 사과 묘목 심으면 절대로 과실을 얻을 수 없어요."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와도 영업 현장에서 실력 발휘를 하기 힘들다. 비즈니스 용어는 학문에나 실생활에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 이는 용어를 모른다기보다는 비즈니스 방법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해외 바이어에게 이메일(e-mail) 한통을 제대로 보내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사과는 3 년생 가지에서 열려요. 첫해는 가지가 나고, 둘째 해는 꽃눈이 오고, 삼 년이 돼야 열매가 열려요. 그런데 첫해 지나 가지치기가 참 중요해요. 기본 수형을 잡는 건데 나무가 더 커지면 잡기가 힘들어요."

신입사원은 1 년이 지나면 판가름이 난다. 직장인으로서 틀이 잡히는 중요한 시기가 1 년이다. 똑같은 2년 차라고 하더라고 그동안 어떻게 생활했느냐에 따라 실력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특히 사수(함께 일하는 선배)가 중요하다. 3 년 정도 지나면 실무능력이 쌓이고 주변에서 일을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해당 경력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즉 일을 좀 시킬만하면 이직한다)  

"열매가 열리기 전의 전지작업도 중요해요. 가지가 많으면 열매도 많지만 반대로 나무 수명이 줄어들고 가지가 오히려 열매를 해쳐요. 적당한 양의 사과가 열리게 가지를 조정해주어야 해요"

경력자의 중요한 역량 중의 하나는 업무의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이다. 주어진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 중요한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성과로 이어진다. 중간 수준의 업무 완성도 10 개의 프로젝트보다 높은 완성도의 3,4 개 프로젝트가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

"그 외에도 해야 될 작업들이 수도 없이 많아요. 병충해도 대비해야 하고요. 나중에 한번 놀러 오세요. 허허"

본인의 경력관리를 농부가 사과나무를 가꾸듯이 한다면
정말 먹음직하고 큼직한 과실이 열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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