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좋은 이력서 관리하는 법 (2)

회사가 사람을 자꾸 함부로 굴리면, 사직서 말고 이력서

by 난나

좋은 이력서란, 언제라도 내 품 안에서 바로 헤드헌터나 리쿠르터에게 전달될 수 있을 정도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 이력서이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정말 좋은 경력으로 가득가득 들어차 있어 어떤 성과를 가진 사람인지가 딱! 보이는 그런 이력서다.



그런 이력서를 만드는 뜬구름 버전의 슬로건을, 지난 시간 던져 보았다.

“좋은 이력서란, 성과 중심으로 쓰인 이력서다.”

그렇다. 성과 중심으로 쓰인 이력서,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매우 슬로건 같다.

그리고 그런 이력서를 만드는 실천적인 접근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력서에 적을 좋은 이력을 많이 만든다.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전자의 아이템을 상세히 다뤄 보았다.
이번에는, 후자의 아이템을 다뤄보자.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습관의 중요성

외국계 기업 이직뿐만 아니라, 설령 국내에서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직장인이라면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대기업들은 전통적인 직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점차 ‘사내 이동’이나 ‘사내 추천’ 등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전에는 회사에 한번 입사하고, 부서가 결정되면 조직 이동을 하는 것이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매번 새롭게’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것이, ‘사내 이동’ 제도이다. 요즘은 ‘사내 이동’이라는 것을 별도의 용어로 부르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회사 내에서 직무 이동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마디로 다시 정리하면, 꾸준히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언제나 준비된’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아니 회사 다니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이력서를 업데이트합니까?

라는 질문의 좋은 대답 중 하나는, 지난 시간에 사실 이야기했다.


“회사/상사가 빡치게 하면, 이력서가 정말 잘 써집니다.”


업무에 살짝 자신이 있고, 지금 내가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사무실 내 자리에서 이력서를 써보자. 회사에서 바로 당신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농담 같은 이 이야기는, 내가 실제로 10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세 번 정도 목격해보았다.


결론은? 세분 다 좋은 기회 잡아서 가시더라. 역시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2019040300572_0.jpg 여러분도, 사직서 대신 이력서

농담은 그만하고, 사실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데 있어서 좋은 방법은 크게 2가지 정도 있다.


회고하는 습관을 들인다. (월, 분기 혹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사내 평가 주기에 맞춰본다.


전자와 후자 모두, 회사 생활에서도 매우 큰 도움을 주는 습관일 뿐만 아니라, 경력직 이직을 위한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진 습관이다.


회고하는 습관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나도 직장인 해봐서 안다. 10년이나 이걸로 밥벌이를 했다. 회사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중요한 습관 중 하나는 가끔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이다음에 이 일이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나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단점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업무 과정에서 생각하긴 어려운 만큼, 가급적 한 달에 한번, 혹은 두-세 달에 한번 정도는 멈추어 서서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전 글에서도 적었던 내용이 있는데, 좋은 이력 중 하나는 그 회사 / 그 조직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직접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회고’는, 내가 맡았던 일 중에 그런 일이 있었는지, 그런 일이 없었다면 다음에 어떻게 그 일을 맡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사내 평가를 활용하기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에는, ‘평가’라는 것이 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크게 1년에 한 번, 그리고 보통은 분기에 한번 중간 점검을 진행한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경영활동을 한다. 모름지기 건강한 조직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가 해야 할 일을 각 부서에 맞게 내려주고, 각 부서들은 회사의 경영활동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과제로 잡고, 여기에 목표로 세운다. 그 과제와 목표에 내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또 다음 분기에는 ‘어떻게’ 조금이라도 거기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앞서 말한 ‘성과 중심의 이력서’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다행히도, 내가 다니던 회사들은 죄다 꼰대 천국에 답답한 대기업이었지만, 그리고 위와 같은 업무 분장과 목표 설정을 ‘잘하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건 비대해진 조직의 사이즈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이 었을 뿐, 그 콘셉트 자체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일을 위한 일이 되면서 저 작업이 의미 없고 쓸데없어 보인 적도 많았지만, 큰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결국 ‘성과’란 그런 거다. 회사의 경영활동에 내가 기여한 기여분, 그것이 성과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국내 통신사 두 곳의 이야기이다.

KT의 19년도 말 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약 1조다. 매출은 24조 가량 된다. KT의 임직원 수는 2만 4천 명이다.

SK텔레콤의 동기 연간 영업이익은 동일하게 약 1조다. 매출은 18조 가량 된다. SK텔레콤의 임직원 수는 5천 명이다.

자, 두 회사는 동일하게 1조를 남겼다. 한 회사는 그 성과를 2만 4천 명이 냈다. 다른 회사는 그 성과를 5천 명이 만들었다.

이게, SK텔레콤이 KT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이유이고, 이러한 이유로 흔히 SK텔레콤의 직원들이 KT보다 일을 잘한다, 즉 ‘성과가 좋다’라고 이야기하는 수치상의 근거이다.

여러분의 모든 업무가 매출이나 이윤에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여러분은 최소한 여러분의 업무가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을, 그래도 ‘잘하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는 분기마다 강제로 직원들에게 제출하라고 한다. 분기별 평가가 그것이다.


이력서 관리뿐 아니라, 회사 생활 전반에 있어 중요한 팁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현재 이 프로젝트는, 직접적으로 매출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데이터 기반의 상품 추천을 타사보다 먼저 출시한다는 점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의미가 있습니다.

요런식으로라도, 내가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정리해 놓고, 적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위의 고민들과 정보들이 모여, 나의 메모장에 차곡차곡 쌓여있게 된다면, 이는 나중에 이력서에 고스란히 녹아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력서를 쓰기 위해, 대학생 자소서 쓰던 시절처럼 머리를 쥐어 싸매고 ‘아 내가 무슨 일을 했었지?’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사실, 그런 거 생각해 내려고 해도 기억도 안 난다.

뭣보다, 경력직 면접에서 정말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그래서 그 일을 왜 하셨어요?’이다.
위 예시를 들어 답변을 한다면 이렇게 되겠다. (실제로 내가 써먹어 본 답변 중 하나다.)


당시 회사의 미션은 타사보다 무조건 먼저 그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필수재에 가까운 서비스였기 때문에, 중요한 건 ‘선도한다는 이미지’이지 매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위 예시는, 대기업 다녀본 사람들은 한 번쯤은 써먹을 일이 있을법한 예시다. 가끔 대기업은, 매출/비용 따위 신경 안 쓰고 '무조건 쟤들보다 먼저 출시해!' 같은 의사결정을 진짜 하기 마련이다.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적으려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공감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짤막한 광고.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고, 이직을 준비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 막막한 분들을 위해 쓴 글이 있다. 이왕이면 외국계로 이직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외국계 이직을 추천하고 있는 만큼, 글도 외국계 이직에 대한 팁도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결국 이직을 위한 준비는 국내/외국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외국계 이직이 그냥 이직 + 외국어랄까.

다음 시간에는, 외국계 기업을 포함하여, 좋은 포지션에서 일할 기회를 찾는 방법에 대해 연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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