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를 통한 지원 시에 주의해야 할 점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느니, 찾아가서 먼저 기회를 잡는 법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다뤄보았다. 하지만 살다 보면 너무 바쁘기도 하고, 사실 모든 좋은 기회는 우선 현재의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가정 하에 나에게 돌아온다.
이직 명언 중에, 지나온 다리를 불태우지 말라- 는 말이 있다.
이거랑 비슷하게, 우리 집이 불타는데 내가 무사할 리 없다. 즉, 지금 현재에 충실해야 좋은 이력이 쌓이고, 그래야 좋은 자리로 이직도 할 수 있다.
그런 너무도 바쁜 우리 삶에, 이직의 기회를 끊임없이 물어다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바로 '헤드헌터' 분들이다. 오늘은 헤드헌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사실 이게 가장 궁금했었다. 대체 이분들은 나를 왜 도와주는 걸까. 나만 몰랐던 걸지 모르겠지만, 헤드헌터는 내가 채용이 되면 구인을 의뢰한 기업에서 보상을 받는다.
나의 연봉의 몇 % 인 경우도 있고, 고정금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보통, 1-2년 정도 기간을 조건으로 두고, 그 기간만큼 재직하면 헤드헌터에게 추가 수당이 주어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즉, 단순히 사람을 소개해주는 것 외에, 그 사람이 회사에 잘 적응해서 오래 일을 해야, 그만큼 헤드헌터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
그래서 헤드헌터는 내 취직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정말 일을 잘하는 헤드헌터의 경우, 지인이 회사에 추천해 준 것에 필적할 만큼 회사 내부 사정이라던가, 최근 그 회사의 채용 트렌드, 관심사 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굳이 저 앞에 '정말 일 잘하는 경우'라고 언급한 이유는, 헤드헌터들 중에서는 정말 이력서 수집기 & 채용공고 스팸에 지나지 않는 단순 업무만 하는 사람들부터, 마치 오늘 물건을 팔아주지 않으면 당장 그분의 생계에 지장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따라붙는 영업사원 마냥 독촉하는 스타일, 때로는 나에게 왜 이 좋은 자리를 덮썩 물지 않느냐며 훈계하는 훈계형 스타일까지, 다양한 이상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일 잘하는 사람의 비중은 20%라 하던가. 헤드헌터도 정말 잘 만나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피해야 할 헤드헌터들은 크게 다음과 같다.
헤드헌터들 중에서 단순히 이력서 풀을 넓히고 LinkedIn의 프리미엄 기능인 InMail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턱대고 1촌 신청을 남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LinkedIn에 한국어로 점철된 프로필을 등록해 둔 서치펌 차부장님 들이나, 갓 졸업하여 헤드헌팅 회사에 입사하여 막 LinkedIn 프로필을 만든 경우들이 여기에 많이 속했다. 이런 분들을 인맥에 추가해 두면, 흔히 '스팸 메일'만 잔뜩 오고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그분 자신의 자기소개서 안에 '현재 확보 중인 인력 N백 명 이상' 중 한 명이 될 뿐이다. 거르자.
헤드헌터는 이직/채용에 관련된 업무를 본업으로 하는 만큼, 현업 담당자만큼 업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나 직종, 산업에 대해서 모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일 잘하는' 헤드헌터 분들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 업종/업계 위주로 인력을 발굴/소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분들은 소개해주는 회사에 대해서 나보다도 더 잘 알고, 나의 어떤 이력이 그 회사에 어필할 수 있을지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즉, 이해도가 부족한 헤드헌터는 가급적 멀리하자.
결국, 헤드헌터는 이직을 돕는 사람이다. 요즘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 헤드헌터 중에서도 일 잘하는 분들은 정말 수준급의 코칭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가장 최근에 저자의 이직을 도와준 헤드헌터가, 정말 일 잘하는 헤드헌터였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경험을 간단히 소개하며 '좋은 헤드헌터'에 대한 설명을 대신해보고자 한다.
솔직하게 실무자 입장에서 대답해 보겠다. 사실 회사생활 10년 하면서, 참 많은 헤드헌터를 만나 보았다.
나의 경험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내가 구인하는 입장, 즉 헤드헌터를 통해 사람을 채용해 본 경험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구직하는 입장, 즉,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을 해본 경험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느낀 좋은 헤드헌터는 다음과 같았다.
쉽게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온라인에서 '광고 영업'이라는 말을 했을 때, 이 영업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광고주 대상의 영업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광고 플랫폼을 영업하는 일, 즉 광고가 실릴 '채널'을 영업하는 일이다.
이 둘의 일은 사실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이 둘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 추천하는 광고 영업 포지션과, 모르는 사람의 추천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구직자 입장에서의 차이 외에도, 구인하는 측면에서도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직무 이해도가 낮은 헤드헌터일수록, 뭉터기로 이력서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회사를 위해 사람을 찾아주었다기보다는, 마치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같은 곳에서 검색 결과를 가져오는 느낌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헤드헌터가 보내주는 서류는 대부분 읽지 않고 넘어갔다. 정말 사람이 심각하게 안 구해지던 몇몇 팀에서의 기억을 제외하면, 이런 헤드헌터와 실제 채용까지 성사된 경험은 없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런 헤드헌터는 구직자도 걸러야 한다. 당신의 이력서를 동시에 저렴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아니 헤드헌터가 그 분야 전문가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다 알아?'라고 생각할 분도 분명 계실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은 무한경쟁의 사회다. 주식만 하루 종일 보는 애널리스트들도, 산업이나 종목에 대한 추천을 할 때 따로 '전문분야'를 두는 시대다.
직무 외에, 회사에 대한 이해도도 '좋은 헤드헌터'를 알아보는데 좋은 포인트 중 하나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물어보는' 거다. 그 회사 어떻냐고. 무엇으로 돈을 버냐고. 나에게 추천하는 이유가 뭐냐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것들을 대답할 때 내가 공감이 가거나, 또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하여 설명을 해줄 수 있다면 좋은 헤드헌터다. 특히, '지금 그 회사는 그 포지션을 왜 뽑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꼭 해보자. 이걸 말해줄 수 있는 헤드헌터는, 좋은 헤드헌터다. 그 회사/업계에서 나오는 다양한 공고를 많이 다뤄본 사람일수록,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잘해줄 수 있다.
결국 '한 분야에 특화된' 헤드헌터가 좋다. 특히, 꾸준히 특정 회사나 특정 분야에 대한 채용공고를 지속적으로 올리거나 소개해주는 헤드헌터가 있다면, 그 사람의 LinkedIn 피드나 메일은 구독/중요 표시를 해두자.
헤드헌터의 수익구조는 '이직'이다. 즉, 내가 이직을 성공해야 돈이 되는 구조다. 우리 모두는 돈을 벌기 위하여 일을 한다. 그만큼,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 없이, 단순히 '물건 팔듯이' 이직을 제안하는 헤드헌터도 제법 많다. 그리고 그런 헤드헌터는 절대 좋지 않다.
반면 내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헤드헌터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지금 계신 회사는 업계에서 유명한 대기업인데, 사실 연차가 쌓일수록 이직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보너스가 높고 연봉계약서 상 연봉은 낮은 구조이죠. 원천징수로 받는 금액이 같다고 하더라도 연봉계약서 상 연봉을 높게 쳐주는 이런 회사를 한번 찍고 가시는 게, 장기적인 연봉 상승에 도움이 됩니다.
즉, 내 상황에 대해서 듣고, 내가 '이직'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설명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이 이직을 권유하면 그땐 꼭 고민해보자. 그분들과 관계를 쌓아두면, 다음 직장의 다음 직장도 그분을 통해 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리쿠르터가 있는 회사의 경우, 회사나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얻는 측면에서는 헤드헌터보다 리쿠르터가 당연히 유리하다. 내부인인 만큼 더 잘 아니까.
하지만, 리쿠르터는 '입장'에서 오는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회사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고, 나의 커리어에 대한 조언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리쿠르터 중에서 '이직'을 여러 번 해본 리쿠르터는 그래서 믿음이 가는 편이다. 결국 리쿠르터도 회사에 좋은 사람을 많이 데려가는 것이 성과와 직결되는 만큼, 흔히 '막 추천'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리쿠르터도 기회가 되면 많이 만나보고, 이야기를 자주 들어보자. 헤드헌터도? 이야기를 자주 들어보자. 이야기를 듣는 건 돈이 들지 않는다. 시간만 조금 든다. 그리고, 이야기만 듣고 물건 사지 않았다고 다시는 여러분에게 연락하지 않을 그런 사람 없다. 이야기를 듣고 갔다는 건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의미니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잠재고객'이라 부른다. 여러분이 시장에서 밸류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여러분은 잠재고객이다.
번외 편으로, 다음 시간에는 내가 헤드헌터를 만나서 이직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