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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건우 Apr 28. 2016

직장 (2)

비슷하면서 많이 다르다

아재처럼


"직장(直腸)은 대장의 제일 끝부분부터 항문까지의 부분으로 길이는 약 20cm이다. 다른 말로 곧은창자 혹은 곧창자라고도 한다. 대변이 나오기 전에 잠시 보관하는 일을 한다."  - 위키백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직장이지만 이 직장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씻고 먹고 출근을 해야 하고, 일정한 날짜에 내게 월급을 주는 직장을 말하고자 한다.


감정과 주관을 빼고

알고 있는 범위에서

나의 소소한 생활과 적지 않은 가족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월급을 내게 주는 곳은 우선 규모가 상당히 크다. 어느 정도인지를 숫자로 나타내기 보다 지점망을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로도 알기 쉽다.

  우선 세종시에 본사를 두고, 전국 시도에 광역센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아래 시군별로 지역센터, 그 아래 상당히 많은 지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편의점, 치킨집 보다 수로는 더 적겠지만 북쪽으로 민통선 안쪽에 있는 지점에서 남쪽의 제주도, 그 아래 가파도 안에도 있으며, 서쪽의 백령도, 동쪽의 울릉도까지 지점이 있다. 각 지점의 규모에 따라 직원 수도 다르겠지만 정규직, 비정규계약직 등 모두 합한다면 전국의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까지 발전한 직업난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 있는 상황에 나름 그 인기가 신문기사에 날 정도이며 고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으로 손꼽히고, 전국의 상위권 학생들이 내가 가진 직업을 갖기 위한 진로를 선택한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다. 이에 내가 먼저 이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그럴만한 직장인가 하는 생각도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물리적 환경과 근무시간, 업무를 하지만 또다른 면에서는 광역센터에 따라, 지역센터에 따라, 작게는 지점에 따라서도 매우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다른 직장과 다르게 근무경력, 호봉에 따른 봉급, 개인적인 능력에 관계없이 어느 지점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점에 따라 규모가 다르고 직원 수가 다름에도 해야 하는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아 규모가 큰 지점에서는 많은 직원들이 그 업무를 나누어 하고, 규모가 작은 지점에서는 적은 수의 직원들이 그 업무를 나누어서 해내야 한다. 게다가 균등하게 분할된 업무를 하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편중되어 많은 양의 업무를 해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비교적 여유로운 업무를 하며 지내기도 한다. 그래서 불만을 표현하고 자신의 업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나에게 줄어든 업무가 누군가에게 전해져야 하는 것에 부담스러워 조용히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자신이 생각하는 이점을 위하여 업무를 요구하기도 하여 참 비슷하지만 다른 환경 속에서 일한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많은 이들이 직장 내에서 더 편한 업무 환경을 찾아 가기를 희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많은 출퇴근 시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멀거나 그래서 이사를 해야 하기도 하고, 해야 할 업무가 매우 많은 작은 지점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 곳에 가기 위해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을 다방면으로 노력하며 기다리고 있다. 또 누군가는 작은 업무라도 덜어내려 노력하지만 본인의 업무 이외에 희망하는 부수적인 업무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고, 주 업무와 부수적인 업무의 혼란으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여 문제를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주 업무보다 부수적 업무로 능력을 인정받기도 한다.

직책을 살펴보면 일개 직원과는 전혀 관련없는 본사 임원들, 조금 관계가 있음직한 광역센터, 지역센터 임원들, 가장 작은 단위 내에서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점장, 부지점장, 각종 팀장들, 일반 직원, 회계/시설관리 실장 등이 있다. 각 직책별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권한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다르며, 해야 할 역할도 차이가 크다.


이야기의 흐름을 기억하며

내가 보았고 들었고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며


 가장 많은 수의 일반 직원, 그 중 스스로 선택한 팀장과 선택되어진 팀장, 그 위에 부지점장, 지점장. 이러한 직책이 정하여 지는 것에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가장 작은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 팀장은 그 선발 과정에서도 지점별로 다르게 뽑힌다. 1년 단위로 임명되는 모든 팀장은 경력과 업무 능력에 따라 선발되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상황에 따라 희망자가 많거나 또는 부족할 때는 좀 애매한 상황이 나타난다. 희망자가 많을 경우 희망자 중 경력과 각 팀별 업무를 처리할 능력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선발하고 임명하면 되지만 상황에 따라 경력만을 따지고 선발하거나, 원활한 지점 운영에만 목적을 두어 다른 직원들에게 이해되지 않은 팀장이 선발되기도 한다. 그러나 희망자가 많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업무배정 시기에 팀장 희망자가 부족했을 때 많은 직원들은 부지점장을 만나기 꺼려하게 되고 부지점장은 그나마 팀장으로 적절한 몇몇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팀장 구성을 하느라 무척 애를 쓴다. 이 시기 많은 직원들은 자신의 한 해 업무가 어떻게 정해질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필요한 만큼, 그리고 과하지 않도록 또는 최소화 되기를 바란다. 그 때 부지점장의 한 해 팀장 제안은 처음부터 희망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개 부지점장의 설득 또는 지점장과의 면담을 통한 방법을 통해서도 팀장 구성이 짜여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능력을 인정받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경력 5년 이하의 직원이 팀장을 하게 되기도 하고, 본연의 업무와 팀장으로서의 업무 처리를 위해 근무시간 내내 허덕이기도 하고, 근무시간 이외에도 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물론 경력 5년 이하이기 때문에 근무시간 이외에도 업무에 허덕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하여도 각 시기별로 제 때 처리하지 못하기도 하고, 늦춰지기도 하는 일은 많다.

 그 다음은 부지점장과 지점장이라 불리는 관리직이 있다. 지점의 일을 총괄하면서 업무의 방향을 제시하고 수정과 가감을 지시하기도 한다. 일반 팀장과는 상당히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일어나는 많은 일들과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살피고 확인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여기 저기 관련 기관과 원치 않은 전화를 받아야 하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직원들의 업무적인 부분과 인사적인 부분을 확인하며 이끌어가야 하는 점에서 보면 부지점장과 지점장은 자신의 직책을 만족해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들도 신입의 시기가 있었을 것이고 팀장을 거치면서 많은 시간 다양한 노력을 했기에 또다른 직책에 앉아 그에 맞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정리하듯

 어느 직장이든 각각 구조와 그에 맞는 직책이 있고, 그에 맞게 제 역할을 해나갈 때 원활하게 직장이 운영된다. 일반 직원에서 본사 임원까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을 하고 그에 따라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맞추어 가며 흘러가는 것이다.


 지도를 보며 여행을 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며 알아야 하는 것은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어느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그 곳에서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https://youtu.be/Sn7sE3Zzl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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