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 WANT IS
내가 나에게 나를.
나에게 묻는다.(1) https://brunch.co.kr/@x112439416/3
저....
들어와.
네.
올 줄 알고 있었어. 앉아봐.
제가 올 줄 알고 있었다구요?
그럼. 난 다 알고. 다 보여.
어떻게?
내가 너 속에 들어있어?
예? 어디에 들어가 있는데요?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마. 그런 줄 알아.
그럼 제가 왜 찾아 왔는지도 알고 있나요?
당연하지. 네 속에 들어가 있다니까.
백두도사님이 용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말하기도 전에 찾아온 이유를 알아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요즘 고민이 많구만.
네? 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네요.
주변에 이야기 해봐도 딱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
그래요. 제가 왜 이러는지, 어떻게 해야할 모르겠어요. 자꾸 술만 찾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 이게 문제구만. 다 돈 때문이야.
돈이요? 그것이 크게 고민되는 건 아닌데요.
돈이 펑펑 쏟아지면 모두 해결될꺼 아니야.
그런가요? 돈이 그렇게 많으면 모두 그만두고 살 수야 있겠지만. 전....
버텨. 자꾸 나가라고 해도 어떻게든 버텨서 남아있어. 자존심 버리고 살아남아야 해. 그리고 때를 기다려.
저보고 나가라는 사람은 없는데. 그런 문제가 아닌데요.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네 마음이 다 때려치고 싶어도 버티라는 것 아니야! 세상만사 네 마음대로 살 수는 없잖아.
그렇기는 하지요. 알고 있구요. 직장을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구요. 나름 만족하기도 해요.
딱 보니 이직운이 센데. 직장을 여러 번 옮기겠어.
에이 아닌데요. 전 군대에 간 시기를 빼고 6년, 3년, 3년 합쳐 12년에 4년 또 10년 넘게 같은 곳에 다니는데요.
그렇게 오래 한 곳에서 일 했다는 이야기야? 그리 보이지 않는데. 잘 따져봐.
한 곳은 아니지요. 여기 저기..
옮긴 것 맞잖아. 또 옮길거야. 잘 버티다가 때를 잘 보고 옮기라는 이야기야.
그렇게 보면 그렇기는 하네요. 앞으로 또 옮기는 것도 그렇구요.
그럼 됐지? 잘 버티고 있다가 이 때다 싶을 때 그 때 바꾸면 돼. 가봐.
나갈 때 그냥 나가지 말고.
뭐가 이래요? 백두도사 용하다더니. 딴 소리만 하시네.
가족 걱정없이 돈 적당히 벌고, 보아하니 어디 아픈데 없고, 직장에서 나가라는 사람 없는데 뭘 더 고민해. 열심히 잘 살면 됐지.
그렇긴 하지요. 아무 문제가 없으면 내가 여기 왜 왔겠어요.
여자 문제 있어?
아니오.
돈 더 벌려고?
아니오.
주변에 누가 아파?
아니오.
애들이 속썩여?
아니오.
누가 돈 빌려가서 안 갚아?
빌려 줄 돈도 없는데.
집사람 바람났어?
아니에요.
내가 다 알아. 그럼 자네 문제잖아.
그렇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에요.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그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이리보면 이게 맞고. 저리보면 저게 맞고.
그렇다면 내가 좋은 것 하나 알려 주지.
???
지금 걱정만 딱 지나면 운이 아주 좋아. 복이 막 쏟아져. 아주 밝아. 그릇에 넘쳐나.
정말요? 뭔 좋은 일이 생길까요?
모두 건강하고. 애들 잘 클꺼고. 돈도 많지는 않지만 지금보다 점점 많이 들어올꺼야. 직장에서도 다 잘 풀릴꺼야. 웃고 지낼 일만 남았네. 그 복 잘 지키며 복 나누면서 잘 살면 돼. 끝.
하하하. 좋기는 한데 끝이라니요. 직장운은 좀 어떤가요? 이게 좀 신경쓰이는데.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며? 그럼 열심히 일하면서 지내면 됐지. 왜 승진 때문에?
네. 승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꼭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승진한다고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은데 승진을 하려면 이것 저것.... 신경쓰이는게 많네요.
승진. 그게 중요해?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네. 요즘 그것 때문에 많이 머리 아프네요.
그 승진이 되고 안 되고를 자네가 결정하나?
그건 아니지요? 결정이야 다른 사람이 하겠지만 내가 그것을 준비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승진 신경쓰지 않고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구요.
자네가 그 고민 왜 하고 있는지 알겠다.
보인다. 보여!
왜? 왜요? 뭐가 보여요?
자네 조상 중에 안 좋게 죽은 사람이 있어. 여럿이야.
조상이요? 얼마나 오래된 조상이요? 남자분이에요? 여자분이에요? 뭔 일로요?
그게 궁금해?
지금의 고민이 그 분 때문이라는데 알고 싶지요. 알아야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뭔 방법이라도 찾을 것 아닌가요?
그래?
네.
알려줘?
네.
알려주면 뭐라도 좀 할꺼야? 그냥 알고 끝낼꺼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봐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하지요. 무턱대고 다 한다는 말은 못 하죠. 이상한 거나 돈 많이 들어가는 것은 못하죠.
그럼 내가 하라는 거 안 할꺼면 여기 왜 왔어?
......
또 안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왜 말해줘야 돼?
....
말 안 해줘도 되기는 한데 궁금하기는 하네요. 주변에서 백두도사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 괜찮다고 가보라고 해서 온거죠. 따로 어디를 가본 적도 없고, 다른 곳에 가볼 생각도 없네요.
그럼 백두도사 백두가 괜히 백두가 된 것이 아니지. 청두 시절부터 수많은 수련을 쌓아야 전두, 정수리부터 시작되는 백두의 단계에 이를 수 있단 말이지.
뭐라 말하긴 그래도 빛나는 것은 사실이네요.
좋아. 돈 드는 것 아니면 해볼껀가?
네. 많이 이상한 게 아니면 할 수 있지요.
알았어. 우선 조상 이야기를 해주지.
죽을 때 좋게 죽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다 아파서 다쳐서 죽는거지 좋게 죽을 수 있는 방법 있으면 말해봐. 좋게 죽은 조상이 있어야 이상한거야. 조상 탓 하지마.
남 탓 하지마. 고민이고 해결책이고 다른 데서 찾지 말라는 것야.
스스로 내 안에서 찾아라. 참 쉽게 답해주시는데 어려운 답이네요.
그게 그렇게 찾을 수 있는 것이면 백두도사 이야기 들어도 찾아 가보고 싶다 생각 안하지요. 방법을 알려 주시는 것도 아니고. 뭐예요. 이게.
방법을 알려줄테니 잘들어.
굿을 해야 돼!
옛? 굿이요?
그래. 굿을 해야 된다고.
돈이 많이 드는 거 아닌가요?
북치고 장구치고 징치고. 펄쩍펄쩍 뛰고
나 시끄러운 것 싫어해. 무릎 수술해서 못 뛰어. 또 돈이 왜 들어.
자신에게 굿을 해 G.O.O.D.
잘 한다. 잘 했다. 좋았어를 말해줘 자신에게. 그러면 돼.
내가 나에게 잘 한다 잘 했다 안 해주는데 누가 날 보고 그리 이야기 해주나? 잘 봐 줘. 이쁘게 봐 줘. 엉덩이 토닥토닥 많이 해줘. 더 잘 할꺼야. 좋아하는 말. 기분 좋은 말 많이 해줘. 그 말 들으면 신나서 힘 나고 더 잘 할 수 있어. 승진이든 뭐든 원하는 것 다 해낼꺼야.
참. 맞는 말 갖기는 한데. 이상하거나 어려운 게 아닌 것 같기는한데. 뭔가 개운하지가 않네요.
그러면 잘 할 꺼다. 원하는 것 다 할꺼다 모두 좋은 말 맞는데 뭐가 문제야?
매일 매일 굿? 하면 잘 하고 또 그렇게 살다보면 승진도 한다구요?
승진 승진 하는 걸 보니 자네 승진하는게 큰 문제야?
하고 싶기도 하고 안하고 싶기도 하고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는 거지요.
답답한 친구네. 내가 아까 한 말 잊었어? 승진을 자네가 결정 하냐고?
아니지요. 그러니까.
알았어. 잠깐. 좀 보자....... 보이네. 보여.
뭐가요?
매일 굿 하며 지내면 내년이나 내후년에 승진할꺼야.
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네요. 제가 다니는 직장은 몇 년에 한번씩 뭐 다음에 뭐. 그다음에 뭐. 이렇게 승진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내 속에 들어있다면서 맞는 게 없어. 대충 막 던지시네.
알아. 알고 있어.
그 고민 멈추고 싶으면 말 그렇게 하지 말고.
맘에 안 들면 나가면 될 것을 엉덩이 붙이고 앉아 참 말 많네. 얼마나 더 좋은 말을 듣고 가려고.
확 안 좋은 이야기를 해줄까보다.
내가 승진할꺼다 말을 해주어도, 승진을 준비하며 살아야 할까요? 승진을 신경쓰지 말고 살아야 할까요? 이게 궁금하구만.
그게 내년이나 내후년이나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몇 년을 준비해야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신경을 안 쓰고 살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더 신경 쓸 여유도 있고 몸과 마음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러게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내가 다 알아. 참 행복고 간단한 고민을 죽어라 힘들게 고민하고 있군.
말을 해 주시지요.
나한테 뭐 맡겨 놓은 거 있나? 뚝딱 내놓으라니.
그런 것은 아니고요. 간단한 고민이라니 간단하게 말을 해 달라는거죠.
덜팠어.
덜파요? 부적같은 건가요? 또 돈 내야 써주나요?
자꾸 나한테 뭘 시키려고 하네. 나 그림 못 그려. 또 그런거 싫어해. 스스로 더 파봐야 한다고. 아직 덜 팠다는 거야. 깊이 파지 않고 뭐가 나오길 바라면 쓰나? 얕게 묻힌 것만 보고 판단하려니 답이 나오나?
땅 파라는 소리가 아닌 건 저도 알겠고, 저도 많이 고민도 하고 이것 저것 노력해왔어요. 알아보고 해보고 물어보고 찾아가고 생각하고.
고생했네. 고생했어. 여기 저기 파느라. 이것 저것 많이 봤을테고. 다양하게 알았을테고. 그래서 앞으로 더 들쑤시고 살텐가?
아니오. 이젠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복잡해요.
자네 나이도 이제 적지 않아. 이제 여기 저기 그만 들쑤시고 다녀. 하나를 정해 깊이 파봐. 그 안에서 답이 나올꺼야. 이 자리가 아닌가?. 힘들다. 저것도 파보자. 이 곳을 깊이 파면 정말 답이 나올까? 고민하지 말고 하나만 파. 힘과 정신을 집중해! 하나만!
음. 좋은 이야기네요. 이젠 좀 정리를 해가며 하나만. 그런데 어딜파죠? 어떤게 좋을까요?
에구 뭔 질문이 이래? 사춘기 소년같은 소릴 하나? 이것 저것 많이 해 봤다며? 그런 것들 중 하나를 고르던지 그런 것들을 통해 알게 된 더 나은 것을 정하던지.
딱히 지금 떠오르는 것이 없는데요.
좋아하는 것이 뭐야? 원하는 것이 뭐야?
좋아하는 것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은데요.
또 사춘기 소년같은 소릴 하네. 자네가 10대야?
........
자네가 하고 싶은 것 하나가 뭐야?
자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
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
자네가 원하는 것을 내가 정해 주어야 하나?
그만 갈께요.
얼른 가. 애들같은 소리는 더이상 하지 말고.
네. 나중에 또 뵙죠.
그 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고. 백두도사 여기 저기 얘기하고 다니지 마. 나 안 그래도 바빠.
그런데 내년이나 내후년의 승진은 뭔 얘기죠?
또 안 좋은 이야기는 뭐에요?
얼른 나가!
그냥 가지 말고 복채 꼭 내고 가!
카드기는 고장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