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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살 Sep 20. 2022

귀가(回家)

바지를 꽂은 다리가 뻑뻑한 층계를 오르고
삯 대신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네모지기를 내밀며
우물거리는 인사를 건넨다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돌아보지 않고도 원성의 눈빛을 들을 수 있다
표정 없는 그림자와 눈 맞추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시선은 곧바로 머물던 자리에 꽂히고
임자가 있어 초면인 가죽에 엉덩이를 맞대고 나니
괜히 생경한 마음이 든다
허리춤에 쩔꺽이는 칼을 차고 나면
비로소 이곳에 내 운명이 내맡겨진다
꿀덕대던 도시를 떠나 벨트 위에 오르고
시원한 듯 아슬한 듯 위험한 듯 미끄러지고 나면
가져본 적 없는 익숙한 내 땅이 보인다
오를 때보다 수십 배 가벼운 발걸음으로 낙하하는 순간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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