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살 Jan 11. 2024

묘한 하루의 시작

벚꽃잎이 조각나고 태양볕이 부지런을 떠는 유월의 이른 아침, 여느 때처럼 동네 순회를 하던 고양이는 모처럼 산책을 나온 나고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 어떤 타의 흔적이 배어있지 않은 순수함, 서툰 듯하지만 더없이 친절한 마음이 공기 중에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살길은 직접 찾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동안은 무엇이 선택인 줄 몰랐다. 고양이는 나고와 함께하고 싶었다. 지난 1년의 선택들이 지금 이 순간을 데려왔는지도 모른다. 가지런히 정렬된 마늘밭과 낡은 농기구가 주차된 공터, 그 너머의 세상은 랐으니 물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익숙함이 누구보다 좋았던 고양이는 낯선 언덕길을 따라 나고의 발걸음을 쫓았다. 나고는 자신을 따라오는 고양이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묘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