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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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는 나의 브랜치(Branch)'라는 제목으로 첫 글을 올렸던 게 2018년 겨울이다. 벌써 7년이 훌쩍, 그간 147개의 글을 발행했다. 성실하거나 친절하거나, 둘 다인 사람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내 멋대로 한 편당 1cm씩 키웠더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우리 집 마당에 꼼짝 않고 서서 사시사철 푸른 측백나무 높이만큼은 되니까.
브런치가 나의 브랜치, 나란 나무의 가지가 되어 주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띄엄띄엄, 망설이던 손끝은 발행보다 저장을 많이 눌렀다.
서랍에 넣기만 하고 꺼내 보지 않았더니
몇몇은 손쓸 수도 없게 구겨져 있다.
교실을 잘못 찾은 학생처럼 뒤돌아 나간 적도
몰래 우물거리다 겨우 씹어 삼킨 적도
너무 콸콸 쏟아지는 마음 앞에 뒷걸음질 친 적도 더러 있었다.
가진 용기로는 턱없이 모자라 다시 내게로 흘러넘친 글들을 거둬들이곤
젖은 팔만 말리며 또 한동안을 지냈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많은 내가 있듯이
먼지가 내려앉은 브런치의 글 어귀마다 그 시기의 내가 있다.
책머리에 붙여 둔 인덱스 스티커처럼. 길이는 제멋대로에 자꾸만 떨어지는 것도 많다.
발행을 눌렀던 글과 누를 수 없던 글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세상 밖으로 내보낸 글과
품에서만 끼고돌던 글 중
내가 더 아낀 건 무엇이었을까
그게 무엇이든 정말 아낀 것은 맞을까?
사 놓고 안 쓰는 게 아끼는 걸까
마음껏 쓰고 또 사는 게 야무진 걸까
.
.
.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예쁜 첫 장만 남기고 죽어 버린 해묵은 일기장들을 보다가,
그늘져 자라지 못하는 묘목들을 옮겨심기로 한다.
몸살이 날지도 모른다.
이제는 잘 자라리란 법도 없다.
애초에 이곳에 심어선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쿰쿰하게 두는 것보다 볕을 쬐어 주는 게 나은 것 같다.
이왕이면 가지치기도 해 주고
적이 아니라 벗으로,
전쟁터가 아니라 놀이터로 받아들인 곳에 그림 좀 부탁해
옆에 걸어 둬도 좋겠다.
직접 그리겠다고 덤볐다간
목말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숨구멍 하나 낸다 생각하고.
이미지: AI 생성(직접 작성한 프롬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