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보고서] 내 삶의 CINE

잡지 어라운드(AROUND) VOL. 66

by 곰살

스스로 여유를 차단하고 지낸 시간 동안 쌓인 여러 권의 잡지들.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도착한 VOLUME.66 CINE을 잡아든 건 나의 블로그 속 '한편보고서'가 본의 아니게 휴재(?) 중이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본 후 느낌을 적고, 하나의 감상문으로 남겨두는 것은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뿌듯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거 보면 또 정리해야 하네', '한 편만 더 보고 적지 뭐' 등의 미루는 자들의 전형적인 귀차니즘으로 십수 개의 작품을 날려 보냈다. (아직도 '언젠간 쓰겠다'며 여지는 남겨두었지만)


엄마와 함께였던 내 인생 첫 영화 '다이너소어', 아빠와 둘이 봤던 첫 영화 '집으로', 친구 부모님이 태워주셔서 처음으로 친구와 단둘이 보러 갔던 '해리 포터' 등 영화의 줄거리보다 인상적이었던 나의 첫 경험들. 살면서 걱정이라곤 엄마한테 혼날 때뿐이었던 어린 시절, 혹은 그보다 더 어릴 때 즐겨 봤던 애니메이션들도 생각난다. 보조개 왕자, 핑구, 코난, 짱구..비디오테이프를 플레이어에 집어넣으면 턱턱 소리와 함께 파란 화면이 먼저 켜지곤 했지. 똑같은 걸 몇 번 봐도 지루해하지 않고 재밌게 봤었는데 요즘은 반복의 힘을 잃어버린 듯 새로운 것만 찾게 된다.


넷플릭스에 관한 짤막한 부분을 읽고 든 생각. 우리는 정말 배부른 세상 속에 산다는 거였다. 스마트폰이 있기 훨씬 전 폴더폰에서 갓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됐던 때, 일부 요금제에 한해 무료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해주는 서비스가 제공됐었다. 컴퓨터에서만 보던 게 그 조그마한 핸드폰 안에서 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고, 침대에 누워 지금의 에어팟 보다 작거나 비슷할 화면에 눈을 치켜뜨고 '별순검' 시리즈를 봤었다.


노트북, 스마트폰에 이어 아이패드, 차 내비게이션, 심지어 요즘은 냉장고에서도 뭘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던데 정말 대단한 세상이다. 넷플릭스와 왓챠를 구독하면서부터는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미디어가 내 손바닥을 간지럽히고 있다. 그 때문에 극장에 가지 않은 지도 정말 오래됐다. 신작이 나왔을 때 몇 번의 기회를 놓치면 넷플릭스나 왓챠에 곧 올라올 수도 있단 생각에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 해도 볼 거리가 많으니 괜히 팝콘 먹고 살 찌울 기회를 만들지 말자는 생각도 함께.


이번 어라운드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에 등장하는,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가 곧 삶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지금 당장 카메라를 켜고 찍어서 업로드만 하면 유튜버가 되는 세상에서 자신을 숨기고, 수면 아래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키워드들로 작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이러쿵저러쿵할 순 없어도 이들이 갈구하고 실행하는 창작의 태도만큼은 꼭 배워야겠다는 마음가짐, 영화배우 김새벽 처럼 홀로 사색하는 산책을 나가봐야겠다는 생각, 그 어떤 집단의, 누군가의 일개미가 되기보단 나만의 것을 위해 굴을 파야겠다는 확신. 그런 것들이 비 내리는 날 길가의 하수구처럼 막을 새 없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각자의 삶은 지극히 주관적인 장편 영화 한 편쯤 될까? 밖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독백이 훨씬 많고 전지적 시점은커녕 내 눈앞에 놓인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1인칭이 이기적으로 그려 낸 영화. 삶의 작은 조각 하나도 모가지를 비틀어 새로운 세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작의 힘. 나는 이 삶의 러닝타임 안에 몇 조각의 세상을 남기고 있을까.


CONTENTS

Our Life Might Be A Movie : 어느 하루, 흘러가는 영화

Are You There? : 잘 들고 있어요 / 시인 김승일, 영화감독·뮤지션 이랑

We Wondered About Her Private Life : 요즘 어떤 거 좋아해요? / 영화배우 김새벽

If We Meet At The Theater : 우리가 극장에서 만난다면 / 시인 송승언

'Una Labo Actorology' And Una Beck : 배우보다 배우를 더 사랑하는 사람 /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 백은하

Swimming In The Light And Wind : 어린 시절, 나의 이야기를 찾아서 / 뮤지션 계피

The Invisible Hand That Makes A Movie : 지구촌 감독들 만나보기

Still, Our Story : 여전히, 우리들 이야기 / 영화감독 윤가은

He Will Keep Changing : 이거, 묘하게 좋네 / 영화감독 윤성호

The Warmest Person :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끼는 면면 / 영화감독 전고운

You're The Scariest : 날 더 무섭게 해 봐 / 알프레드 히치콕

Are You A Genius? : 천재 아니면 마술사겠지 / 미셸 공드리

From His Memory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기억 / 고레에다 히로카즈

Find A Hidden Cinema : 영화와 사람, 그 어딘가 / 영화사 진진

Another Story of Netflix : 손바닥 위의 만능 비디오 가게 / 넷플릭스

Forever Twinkling in Heaven : 별이 된 배우들

Music In Cinema : 영화에 깃든 음악

A Small, Good Cinema : 에디터 K의 시시콜콜 인터뷰 : 제멋대로 자유로운 네 편의 영화

People Living In Movies : 우리는 영화 속을 살아가

Talk to Agnes Varda : I Am Not A Photographer / 그녀에게

My Beloved Cinema in the Europe : 내가 사랑한 유럽의 극장

Let's Cook The Movie : 오늘은 내가 하루종일 요리사!

5 Centimeters Per Second : 완성된 일기

Repeated but not repeated : 평론가 부부의 책갈피 / 반복하지만 반복되지 않는 것

Before Midnight : 내가 아는 사람 이야기

Women make Movies : MOVIE&BOOK / 영화 만드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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