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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0대와 블랙스완

by 싸이링크

'나이가 너무 많아서 안 돼' 라고 생각하던 중, 81세에 앱 프로그래밍을 시작해서 노인용 앱 게임을 개발한 와카미야 마사코 할머니 이야기를 접한다.

'경력단절 기간이 오래되서 안 돼'라고 생각하던 중, 10년 경력단절 주부가 일자리를 구한 이야기를 접한다. '의미있는 일을 찾는 건 naive한거야'라고 생각하던 중, 건축가였다가 자기개발 교육에 뛰어들어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생도서관 이야기를 접한다.


이런 경우 복잡한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뭐든 하면 되겠네 싶어서 힘이 나고,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까먹은 시간이 아쉬워서 힘빠진다. 학습된 무기력 실험에서, 전기 충격이 없는데도 피하지 않고 웅크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개의 느낌이랄까.


한두 사례로 생각이 흔들릴 때 블랙스완이 떠오른다. 칼 포퍼가 반증가능성의 예로 들었던 블랙스완. '모든 백조는 희다'는 명제는 아무리 많은 백조로도 증명될 수 없지만, 블랙스완 하나면 무너진다.


50대는 오랫 동안, 꽤 많은 백조를 보아왔다. 그래서 블랙스완을 생각하기 어렵다. 나심 탈레브의 희귀하고 거대한 파괴적인 블랙스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작년부터,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들을 조금씩 해 보며 깨달았다. 자아와 세계관을 살짝 흔드는 작고 사소한 블랙스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50대 남자의 심리학'에서 다양한 삶이 있음을 알아차림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오십, 인생의 재발견'에서 관점을 바꾸고 새로운 일을 시도함으로써 심리적 자본을 쌓는 것. 결국 같은 말이다.


참고로, 블랙스완은 우리 말로 흑고니인데, 호주가 원산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곳이 일부 있는 듯하다. 찾아보니 목까지는 검은색이고 몸체는 흰색인 검은목고니 black-necked swan이라는 종도 있다! 신기!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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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목고니 Black-necked Swan와 흑고니 Black Swan (출처: ebird.org)


블랙스완을 찾으려면,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자주 놓친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슨 말인지 알아"하고 넘겨 짚거나, 뭔가를 제안하면 "그거 해 봤는데 별로야. "라고 일축해 버린다.


실제 내가 잘못 생각하는 영역은, 내가 잘못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보다 훨씬 넓다.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필터버블. 유튜브, 인스타, 넷플릭스 등의 추천 알고리즘과 버티컬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생각을 강화하는 정보만 본다.

상황의 변화. 과거에 성공한 방식도 시간과 상황이 달라지면 소용없다. 예전엔 영업할 때 key man을 만나 정보를 얻었지만, 이젠 AI로 조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인지편향. 인지편향은 매우 강력해서 전문가도 자신의 편향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확증편향 -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만 주목하고, 반대 정보는 무시

허위합의 효과 - 타인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

과신 편향 -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 판단에 대해 과도하게 확신

가용성 휴리스틱 - 쉽게 떠오르는 사례에 기초해 판단


나는 스마트폰으로 심심풀이용 컨텐츠를 많이 보는 편이다. 필터버블에 대해 생각하다, 이걸 AI는 어떻게 분석할지 궁금해졌다. 스마트폰 브라우징 기록을 지피티 4.5에 업로드하고 물어보았다.

업로드한 파일은 아이폰에서의 브라우징 기록이야. 브라우징 기록을 분석한 후, 다음을 출력해 줘
ux리서치와 미디어 전문가의 관점에서 답해 줘.

1. 필터버블의 관점에서 사용자 특성 분석해 줘.
2. 사용자에게 좀 더 유익한 방향을 제안해 줘


지피티의 답변은 이렇다(일부 요약). 그럴 줄 알았어. 그러고보니 문사철에 관심이 정말 없었구나!

[소비 편향성 및 한계점]
- 특정 커뮤니티(**,**)에서의 소비가 많아 정보 편향 및 필터버블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관심사가 사회 이슈와 특정 유형의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어 다양한 관점이나 새로운 지식에 노출될 가능성이 제한적입니다.
- 정치적, 사회적 사건 검색 시 특정 플랫폼에 의존해 정보를 수집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로 인해 뉴스나 정보가 편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유익한 방향을 위한 제안]
- 다양한 뉴스 소스 활용 : 국내외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매체
- 심층적이고 비평적인 콘텐츠 소비 : 심층 분석 기사, 칼럼, 혹은 학술적인 콘텐츠
- 반대 의견 적극 탐색 : 본인이 가진 견해와 반대되는 의견을 일부러 찾아보는 습관
- 문화·예술 콘텐츠 확대 : 문학, 철학, 역사 등


무리다 싶긴 하지만, 호기심에 이런 질문도 해 보았다.

ux 리서치 전문가와 직업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답해 줘.
이 사용자에게 적합한 창직 아이템 5가지 추천. 이유 포함


평소 나의 스마트폰 사용 양상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터라 나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블랙스완들을 뽑아 주었다. 컨텐츠 비중을 물어보니 검색/포털 48%, 커뮤니티 28%, 뉴스 8%, 소핑 4%, 도서 0.5%라던데, 마이너한 것에서 긍정적인 것을 잘도 뽑았다!

① 큐레이션 지식 컨설턴트
이유: 도서관 및 온라인 서점 이용 빈도와 지식 콘텐츠 탐색 능력을 고려할 때, 개인화된 독서 콘텐츠나 정보를 큐레이션하는 역할이 적합함.

② 사회적 이슈 데이터 분석가
이유: 사회 문제와 뉴스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사회적 트렌드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하거나 해석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음.

③ 퍼스널 AI 학습코치
이유: AI 도구와 효율적 업무 관리에 관심이 많아, 사용자의 성향과 필요에 맞춰 개인화된 AI 기반의 학습 또는 업무 관리 서비스를 창직할 수 있음.

④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예측가
이유: 다양한 제품을 비교·분석하는 습관과 소비트렌드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소비자 행동 및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예측하여 기업이나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음.

⑤ 디지털 웰빙 플래너
이유: 꽃과 식물 관련 소비 행태를 비롯해 여가 및 문화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서적 웰빙과 관련된 디지털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역할이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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