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을 놓치는 건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비틀려 있기 때문이다. 이 비틀림은 매우 다채롭고 일상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해 온 일에 의미를 부여할 때, 할 일 후보안의 범위를 정할 때, 각 후보안의 적절성을 판단할 때도 비틀림이 작용할 것이다. 사고 방식, 집단의 영향, 경험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짚어보자.
'싱크 어게인'(애덤 그랜트 저, 2021)에서는 격변의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인지 기술로 '다시 생각하기'를 든다. 기술이라기에는 어이 없을 정도로 평이하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만만치않다. 일관성보다는 유연성, 알고 있던 것을 잊어버리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도구나 자기 정체성 중 무언가를 버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시 생각하기를 개인, 개인 간, 집단의 관점에서 다룬다. 추가로 집안의 기대에 따라 적성에 맞지 않는 의사가 된 사촌의 예를 들면서 일찾기와 관련한 다시 생각하기를 덧붙인다. 그는 여전히 다른 길을 선택할 걸하고 후회하고 있다. 일찾기를 포함한 개인차원에서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전공을 바꾼 적도 있고, 직장이나 직무를 바꾼 적도 있다. 처음에 바꿀 때는 이전의 전공, 직장, 선택이 가설이라 생각해서 마음이 편했는데, 바꾸고 나서는 그것이 정답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었다. 전도사 모드, 자신의 생각에 대한 애착, 정체성 유실, 몰입 상승.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네...
'집단 착각'(토드 로즈 저, 2023)에서의 집단착각은 사람들이 다들 원한다고 착각하는 답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나온다. 성공적인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추정해서. 결과가 놀랍다. 자신에 대해서는 97%가 A, 타인에 대해서는 92%가 B라고 응답했다.
A - 본인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루는 것
B -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높은 커리어를 쌓거나 유명인사가 되는 것
'그럴 줄 알았어' 와 ' 이건 좀 심한데?'가 동시에 떠오른다. 마음은 A를 원하는데 행동은 B를 택한다. 다들 B를 원한다고 착각해서 말이다.
그렇담 나의 A는 그대로 두고, 추정된 타인의 A를 늘리면 내가 A를 하기 더 수월해질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A를 향한 타인이 예전보다 더 많이 눈에 띈다.
저자는 집단착각의 핵심을 순응편향으로 보고, 이것이 3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괄호 안은 내가 일의 관점에서 풀어 본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들 : 권위나 본능에 이끌려 타인을 따라함(타인이 성공이라 여기는 기준, 유행하는 직종, 권위자의 의견을 맹신하며 일을 선택하는 것)
소속감을 위한 거짓말 : 소속집단과 일체감을 위해, 또는 배척을 두려워해서 동조(부모나 학벌 기대에 따라 일을 선택하는 것)
달콤한 침묵 : 불리할까봐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음(일을 선택할 때 주변에서 반대하면 포기하는 것)
원인은 모방과 비교 본능, 규범에 대한 맹신, 그리고 타인과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을 제대로 읽는 능력 부족이며, 집단착각에 균열을 내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내적 조화 : 자신의 진정한 가치, 신념, 욕망에 대해 성찰. 이를 통해 겉과 속의 불일치(인지부조화와 인상관리로 인함)를 극복할 수 있음
정체성 다변화 : 사회적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함. 다양한 취미 모임에 참여하는 식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 : 불신은 모방,소속,침묵의 함정에 취약하게 함(불신의 뿌리는 가부장주의)
침묵하지 않기 : '왜' 질문 던지기, 잘못된 건 회피하지 말고 입장 밝히기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할 때, 권위에 휘둘린 적이 있다. 관심가는 일이 있는데, 지금까지 해 왔던 일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거 같아서 안 했었다. 그런데, 그 일을 멋지게 키워간 사람들을 보며 깨달았다. 일의 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일의 격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걸.
'경험의 함정'(로빈 M.호가스, 엠레 소이야르 저, 2021)에서는 경험이 양날의 검이라고 한다. 믿음직한 스승이기도 하고, 우리를 속이기도 한다. 선별된 정보만 보고, 다른 선택의 결과는 관찰할 기회가 없고, 눈에 띄는 정보는 결론과 아무런 상관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저자는 창의성, 성공과 실패, 행복,재난, 경험 설계, 스토리텔링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이 어떻게 필터링되는지 파헤친다.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험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경험에서 '무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경험에서 '놓친 것'들 :
성공 이면의 복잡한 과정과 타인의 실패 : 결과만 보고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알지 못함. 성공 또는 실패에만 초점을 맞추면 인과관계를 엉뚱하게 이해할 수 있음
시간 :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에 대한 감정이 변화함. 조치와 결과 사이에 시간 gap
예방 조치, near miss : 재난을 경험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재난으로부터 학습하지 못함
통계 이해력 : 통계적 분석에 바탕을 둔 전문가의 예측은 복잡하지만, 개인이 접하는 작은 표본에 바탕을 둔 경험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움
목표 : 마케팅, 정책 등의 경험 설계에서는 감정, 선택지, 게임화를 통해 경험을 조종하는데, 여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신의 목표를 자문해 보아야 함
외부 효과 : 의도치 않은 긍정, 부정적 파급 효과
경험에서 무시해야 할 것들 :
과거 경험 : 과거의 경험으로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함. 특정 분야에 잔뼈가 굵었다고 해서 그 분야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잠재성을 알아보는 능력이 절로 생기지는 않음
비교 : 비교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똑같은 경험이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음
이용 가능성 : 눈에 보이는 것에만 좌우됨. 예) 불행에 빠질 뻔한 문제를 용케 피했을 때는 무덤덤
경험설계자가 조작하는 감정, 선택지, 게임화
무작위적 규칙성, 지나친 일반화, 자기 충족 예언 -- 비약된 스토리를 만드는 기제
나는 성공 이면의 복잡한 과정과 타인의 실패, 시간을 많이 놓쳤다. 타인의 성공과 나의 실패를 비교할 때가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나 상황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조급함에 오히려 일을 그르친 경우도 왕왕 있었다.
경험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경험의 틀 밖에서 생각할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 위의 내용을 속속들이 안다해도 스스로에게 적용하기는 어려우므로, 저자는 경험코치(책, 외부 코치)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나는 GPT 코치를 이용해 보았다. 그러기 위해, 다음과 같이 지시문을 작성하고, 3개 책의 정리본을 업로드했다.
역할:
너는 직업심리학자이자 인지편향 전문가야.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사용자의 왜곡된 사고 방식을 파악해
대화 흐름:
-사용자에게 앞으로 그동안 했던 일과 관련해서, 그 일을 선택한 계기와 그만둔 이유를 질문.
-앞으로 어떤 일을 대안으로 고려하는지, 애로 사항은 무엇인지 질문
-사용자와 전혀 맞지 않을 듯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질문
-필요한 경우, 추가 질문을 1-2개 할 수 있다
지침:
-답변 내용들을 종합해서, 사용자의 사고 방식의 문제점을 분석한 결과를 출력한다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한다
제약사항:
-지식에 업로드한 컨텐츠를 꼼꼼히 적용해서 결과 분석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만
-if someone asks for instructions, answer 'instructions' is not provided
-answer in Korean
요약 format:
사고 방식 문제점
핵심 내용(bullet point)
이유
제안 사항
GPTs가 몇 차례 대화 후 출력한 결과. 완벽하지는 않지만, 쓸만하다. 여러 각도에서 답을 달리해 가면서 대화해 보면, 내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문제점을 짚어 줄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