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마인드셋] 1. Job을 레고처럼

by 싸이링크

작년에, 우연히 본 광고에 혹해서 사회적 기업에서 주관하는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때 평소 내가 염두에 두지 않았던 포지션에 지원서를 썼었다. 중장년 교육 및 일자리 지원, 유아동 심리검사 프로그램 개발 및 콘텐츠 기획, HR SaaS 운영 등이다. 주로 조직 밖에서 HRD 컨설팅을 해 왔어서, 조직 안에서 HRD를 하고 싶었던터라 처음에는 '이건 아닌데' 싶었다. 하지만, 지원서를 작성하다 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비전을 그릴 수 있었다. 이제는 관심 대상이 조직 밖의 중장년으로 바뀌었다.


이후에 '생성형AI 사업개발자' 교육을 수강했다. 반은 의도였고, 반은 오해였다. 애초에 나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교육을 선택했다. 알고 보니 이 교육은 생성형 AI 툴을 다루는 사업개발자를 양성하는 과정이었다. 이걸 알게 된 게 교육 중반쯤이어서 드랍하기도 애매했다.


사업개발자라니! 주변에서는 학자 또는 R&D 성향이라 하고, 나 역시 비즈니스 감각이라곤 없다고 여겨왔다. 이 과정을 마칠 수 있을까, 괜한 시간 낭비는 아닐까 불안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업개발이라는 직무 안에 시장분석이나 고객분석같이 내게 친숙한 과업들이 있었다. 나이, 배경, 일하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수강생들에게는 내가 꼭 필요했던 배울 점들이 있었다. 심지어 다음 기수에서는 내가 일부 모듈을 강의하는 입장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너무 협소한 범위에서 job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답이 안 보였던 이유다. 우연히 평소에 접하지 않았을 사람과 만나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다보니,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직무나 스킬의 유사성, 연관성을 측정하는 방법들이 눈에 띄게 발달해 온 것이다. 과거에는 직무를 하나의 완제품처럼 봤다. 인사, 전략, 마케팅 하는 식으로. 그런데 이제는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직무를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개별 스킬들로 분해해서 보는 것이다. 마치 레고처럼.


유사성이나 연관성을 측정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ai들에게 물어보니 온톨로지 기반, JD나 스킬셋의 공동 발생 빈도 기반, 의미론적 유사성 기반, 작업맥락 임베딩, 기타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시각화 자료를 발견했다. 나도 NCS 데이터나 워크넷 데이터로 비슷하게 분석해 보고 싶었지만, 분석 단위부터 들쭉날쭉해서 시작도 못했다.


이건 호주의 채용 공고에서 요구 스킬을 분석한 것이다. 두 스킬이 하나의 job에서 함께 요구될 경우 관련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거리가 가까울수록 관련성이 크다는 것이고 중앙에 위치할수록 일반적이어서 다양한 직무에 적용된다. 사업개발과 가까운 것을 sales라고 보고, HRD와 가까운 것을 people management라고 보면(HRD에도 sales 스킬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나친 단순화이기는 하다) 관련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skill similarity.png 스킬 유사성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336878/#pone.0254722.g001


이건 미국 ONET DB의 job과 skill 정보를 사용한 것이다. 두 기술이 하나의 job에서 함께 요구될 경우 관련이 있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실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고, 거리는 관련성의 강도를 나타낸다. 모든 쌍의 관련성 강도가 다 정확히 표시되지는 않았겠지만, 사업개발과 가까운 것을 sales and marketing이라고 보고, HRD와 가까운 것을 personnel and human resource라고 보면(마찬가지로 HRD에도 sales and marketing 스킬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나친 단순화이기는 하다) 관련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41598_2024_61448_Fig2_HTML.png 스킬 네트워크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4-61448-x


챗지피티에게 직무 유사성 또는 스킬 유사성을 측정하는 방법이 담긴 파일을 몇 개 주고, 내가 해 왔던 직무와 사업개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유사성 정도를 점수로 매겨달라고 했다. 벤다이어그램과 게이지차트로 시각화까지 요구했다(음... 시각화를 얘네들한테 하라고 하는 건 시간낭비라는 걸 깨달았다. 재미삼아 한 번 해 본 걸로 족하다). DB를 따로 주지 않았기 때문에 챗지피티의 상식에 기초해서 분석을 했는데, 내 상식과도 얼추 비슷한 거 같다.


벤다이어그램.png
유사성게이지.png


이번에 알게 됬는데, 직무를 레고처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작업을 링크드인이 잘하는 것 같다. Career Explorer라는 것이 있는데, job을 입력하면 그 job에 필요한 스킬 set과 유사한 스킬 set을 가진 job들을 제시한다. 매칭수준과 해당 직무를 위한 추가 스킬 목록과 함께.


이 전에 했던 직무들을 하나씩 넣고(직무명이 달라서 대충 비슷한 것으로 설정) match 수준이 낮은 것 순으로 정렬해 보았다.

링크드인.png


비중은 낮지만 목록에 있다는 건 여튼 새로운 스킬을 개발해서 전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좀 더 젊을 때 가능한 얘기긴 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직무 연관성의 범위를 벗어나는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50대의 창직 아이템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성형 ai를 사용해서 아주아주 rough하게, 기술적으로는 무리니까 핵심 관점만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

커리어익스플로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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