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원 중 출석도 저조하고 맡은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아 규정상 퇴출을 시킬 만큼 벌점이 쌓인 부원이 있다. 결국, 동아리 회의에서 참석자 대상 표결을 통해 그 부원을 퇴출 시켰다. 그런데, 이 일을 두고 그 부원보다는 동아리 부장에 대한 원성이 높았다. 부장이랑 사이가 좋지 않으니 내쫒았다, 퇴출까지는 심한 거 아니냐는 뒷담화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퇴출된 부원이 부장에게 앞으로 잘 할 테니 다시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부장은 재가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익명 투표에 부쳤다. 그동안 뒷담화 했던 부원들을 생각하면 재가입 승인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절대 다수가 재가입 불가를 택했다. 도대체 부원들의 생각이 뭐지?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 wisdom of the crowd, collective intelligence 등은 다수가 개인보다 똑똑함을 시사하는 표현들이다. 앞에서 말한 아이디어를 내는 상황 뿐 아니라, 어떤 아이디어가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거나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때도 소수보다는 다수가 더 나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자기도 모르게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을 단순화하면 각자가 1만큼 옳은 판단을 한다고 할 때, 10명이 모이면 1들이 합쳐져서 10만큼 옳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판단을 종합하는 방법에 따라 10명의 판단이 개인의 합인 10이 될 수도 있고, 개인의 평균인 1이 될 수도 있다. 다수가 옳은 판단을 하는 경우 못지 않게 다수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그 판단에 대한 확신이 강해서 스스로 잘못된 판단임을 알아채기 어렵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적합한 근거를 찾으려는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데, 집단에서는 책임의 분산이나(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잘 하겠지) 동조가(다들 그렇다고 하니 그게 맞겠지) 일어나서 대충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의 의견이 위 사례처럼 일관성이 없을 때도 많다. 프레임 이론으로 유명한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에서,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공약들을 종합해보니 양쪽 다 일관성이 없이 자신의 공약끼리 충돌했다고 한 바 있다.
한편, 다수의 의견을 종합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3가지 안 중 하나를 정하는 경우 다음 3가지 방법에서 모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한 번에 다수결로 하기
- 1차 투표 결과 상위 2개 안에 대해, 2차로 결선 투표 하기
- 각각의 안에 점수를 매겨서 합계 내기
또다른 방법으로 surprisingly popular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다수의 응답으로부터 옳은 소수의 의견을 포착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자신의 의견과 타인의 의견에 대한 추측을 비교해서, 추측한 타인 의견보다 응답자들의 의견의 비중이 높은 안을 채택한다. ‘펜실베니아의 주도는 필라델피아인가?라는 질문을 예를 들어보자(실제로는 해리스버그가 주도임). 필라델피아로 잘못 알고 있는 다수는 별 의심없이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과 같을 것이라 추측한다. 반면, 해리스버그로 제대로 알고 있는 소수는 자신은 시험공부 할 때 문제집에서 봤다던가 하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추측한다. 따라서, ‘아니다’의 경우, 실제 응답률이 타인에 대한 추측 응답률보다 높게 되어, 이것이 옳은 답이 된다 (아래 표의 숫자를 편의상 인원 수라고 하면, 자기 의견에 '아니오'가 100명 중 30명, 즉 30% > 타인 의견을 '아니오'로 추측한 사람이 20명, 즉 20% )
이처럼 다수의 의견은 언제든 개인의 결정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수를 이루는 개인의 의사결정의 질이나 의견을 종합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따라서, 동아리나 조별 과제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무조건 다수결에 부칠 것이 아니라, 우선 다수가 양질의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기존 구성원의 판단 능력을 높인다. 결정의 목적이 무엇인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할 지,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무엇인지를 먼저 논의한 후 의견을 모으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보편적일 것이다.
둘째, 의견을 종합하는 보다 나은 방법을 찾는다. 참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위에서 예로 든 방법들 외에 세계적 투자회사인 Bridgewater Associates의 CEO 레이 달리오가 쓴 ‘원칙’에 나오는 ‘신뢰도 가중치’라는 방법도 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기본 가정은 곱씹어 볼만하다. 이 방법에서는 모든 사람을 다 같은 한 표로 간주하지 않는다. 의사결정 능력이 우수한 사람의 의견에 더 큰 비중을 주는 것인데, 개인별 의사결정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평소에 여러 항목에 대해 그 사람과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이 실명으로 신뢰도를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는 외부인의 조언을 구한다.
* Koriat, A. (2015). When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 and when they can be worse: The amplification hypothesi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4(5), 934-950.
** 다수결 투표에 숨어 있는 함정. 사이언스 타임즈. 2007. 1.10
*** Prelec, D., Seung, H. S., & McCoy, J. (2017). A solution to the single-question crowd wisdom problem. Nature, 541(7638), 532~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