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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링크 Jun 09. 2019

대화의 희열2 백종원편 : 우연과 패턴

그가 현재와 같은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 사업적 감각을 단련시켰던 일들은 주로 ‘우연’에 의해 촉발되었다. 중고차 매매, 치킨집, 인테리어 사업은 친구가 우연히 소개해 주어서 하게 되었고, 쌈밥집은 점심 먹고 수다 떨다가 허세 떠느라 우연히 뱉은 말이 씨가 되어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작은 우연이지만 일단 발을 들인 후에는 패턴을 유심히 보는 습성이 있어서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두곤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군대에서 간부 식당 관리할 때 식자재 가격의 패턴, 고등학교 마친 후 중고차 매매 알바할 때 고객 니즈의 패턴, 치킨집 알바하면서 치킨배달 니즈에 대한 패턴, 국감에서 질의응답 시간배분의 패턴, 게임에서의 패턴 등 이런저런 패턴을 잘 알아차렸는데, 유독 인테리어 사업할 때는 패턴을 읽지 못했다고 한다. 


바로 전에 치킨집을 운영할 때는 직접 손발로 뛰며 치킨배달 홍보를 해서 고객을 끌어 모았는데, 인테리어 사업을 할 때는 그저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 이유를 백종원은 ‘좋아하는 일이 아니어서’ 그러다보니 ‘아는 것이 없어서’ 라고 했다.


우연에 대해


왜 그에게는 우연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걸까?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운이 좋은 사람들의 특징을 오랫동안 연구하였다. 한 실험에서는 신문을 나누어 주고 사진의 개수를 모두 세도록 했는데, 운이 좋은 사람들은 몇 초밖에 안 걸리는데 비해 운이 안 좋은 사람들은 평균 2분이 걸렸다. 다른 실험에서는 카페 앞 길가에 돈을 떨어뜨려 놓은 후 카페로 그들을 오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카페에서의 경험이 어떠했는지를 물었는데, 운이 좋은 사람은 매우 즐거웠다고 한 반면, 운이 안 좋은 사람은 그저 그랬다고 했다. 


이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첫번째 실험에서는 신문 안에 눈에 잘 띄는 크기로 ‘사진의 개수는 모두 43개입니다’, ‘이 문구를 보았다고 말하면 250파운드를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써 놓았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이 문구를 알아챘기 때문에 일일히 세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돈을 받아갈 수 있었지만 운이 안 좋은 사람들은 사진을 세는 데에 골몰했기 땜에 이 문구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https://www.telegraph.co.uk/technology/3304496/Be-lucky-its-an-easy-skill-to-learn.html). 두번째 실험에서 운이 좋은 사람은 가는 길에 떨어져 있던 지폐를 주웠고, 그 돈으로 커피를 두 잔 사서 마침 카페에 있던 어떤 사업가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운이 없는 사람은 지폐를 발견하지도 못했고 카페에 있던 사람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기 돈으로 커피를 사서 혼자 마시고 나왔다고 한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442989&memberNo=253010). 


두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운이 안 좋은 사람들은 뭔가에 골몰해 있어서 주변 상황을 살피지 못하는 반면, 운이 좋은 사람들은 주변 상황에 열려 있는 자세를 취했다는 것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피터슨 저)’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현실 세계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현재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사람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주변의 정보, 단서들을 모두 인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로,어떤 사람 또는 이슈에 대한 판단, 일하는 방식, 할 일, 자신에 대한 판단 등에 대해 과도하게 확신하고 몰입하면 그것 외의 단서를 놓치게 된다. 하루하루 할 일과 씨름하며 바쁘게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때 그 걸 좀 더 해 볼 걸’, ’나도 저 사람처럼 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드는 경우처럼. 


백종원은 교육제도에 대해 고등학교 졸업 후 3년간 대학 가지 말고 세상을 경험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유연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우연을 지나치지 않고 행운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백종원처럼 우연이 찾아 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연을 만나러 가기도 해야 한다. ‘우연접속자(버나드 바이트만 저)에서는 우연을 만나는 조건을 이렇게 말한다. 우선 대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나 감정을 가질 것, 그리고 평소 안 하던 아주 사소한 행동을 할 것(예: 평소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기). 당장 생각에는 관련이 1도 없을 것 같더라도 이렇게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우연이 나타난다고 한다. 


나도 일상에서 이런 경험을 할 때가 가끔 있다. 답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답이 아닌 건 알지만 가만 있을 수도 없어서 문득 떠오른 어떤 행동을 한다. 그러면 그 행동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뭔가 기대하지 않았던 다른 괜찮은 우연을 붙여주었다.   



패턴에 대해


패턴 인식이란 개별적인 것들 간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패턴 인식은 사업가에게는 사업 기회를 파악하는 기회 인식 opportunity recognition의 형태로, 조직에서 일을 추진할 때는 (Peter Senge 가 ‘학습하는 조직’에서 말한) 시스템 원형 system archetype의 형태로 드러난다. 


그런데, 개별적인 것들 간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패턴을 파악하는 양상이다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보 사업가와 경력 사업가가 생각하는 좋은 사업 기회의 패턴을 판단하는 기준을 비교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 후, 이들이 어떤 사업 기회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생각하는 내용을 소리 내어 말하도록 하여 그들의 사고 과정을 분석하였다. 


창업자들은 전반적으로 피상적 사고보다는 1차적 연관성이나 고차적 연관성에 더 비중을 두며, 이 중 고차적 연관성이 사업 기회 발견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주어진 자료를 보고 그간 직/간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유사한 사업과 연관 지어 생각했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에 따라 이들이 생각한 신규 사업의 종류가 달랐다. 피상적 특징을 기준으로 생각할 경우 사업 기회를 찾지 못하기도 했고, 고차적 연관성에 초점을 둘 경우 피상적 특징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영역에서 기회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우연으로부터 패턴을 읽어서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특징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그것이 사용자와 자신에게 주는 이점과 위험 요인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Baron, R. A., & Ensley, M. D. (2006). Opportunity recognition as the detection of meaningful patterns: Evidence from comparisons of novice and experienced entrepreneurs. Management science, 52(9), 1331-1344.  


**Grégoire, D. A., Barr, P. S., & Shepherd, D. A. (2010). Cognitive processes of opportunity recognition: The role of structural alignment. Organization science, 21(2), 41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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