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 지문 외우기를 먼저 했더니 나중에 시간에 쫒겨 응용문제를 충분히 풀지 못했다
수학 : 계산을 하는 데 여러 항의 숫자들을 순서 대로 곱한 후 더하기와 빼기를 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다른 풀 수 있는 문제를 놓쳤다
영어에서 지문을 외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시험기간 초반에 외우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어버리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으로 시간을 활용한다면 중반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국영수처럼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한 과목은 시간을 넉넉히 두고 공부하고 암기과목들은 시험에 근접해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학에서의 계산은 숫자가 등장하는 순서대로 계산하기보다는 각항의 공통 인수들을 묶은 후 각 인수 내에서의 합,차를먼저 계산하고 인수들 간의 곱셈을 나중에 했다면 숫자도 덜 복잡하고 계산도 더 빨랐을 것이다.
위의 경우는 여러가지 행동들의 순서를 정하는 데 있어 전체의 효과성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순서는 라면을 끓일 때 라면을 먼저 넣을 지 스프를 먼저 넣을지와 같이 최종 결과에 별다른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앞선 것이 뒤에 오는 것을 다르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무엇을 먼저 하느냐에 따라 전체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현저한 차이를 가져오기도 한다.
Priming 효과는 앞선 정보가 이후의 정보처리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심리학 실험에서 자주 활용된다.예를 들면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과 유사한 이미지를 가진 제품을 선호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성격검사를 한 후 다양한 성격을 나타내는 제품을 제시하여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도록 한다면, 이는 잘못된 설계이다. 왜냐면 성격검사를 했기 때문에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미 제품을 성격과 관련 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성격 검사를 제품을 선택하게 한 후에 한다. 성격검사와 제품 선택이라는 두 가지 행위를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순서를 어떻게 배열하는 가에 따라 실험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순서 효과에 대한 또 다른 예로 긍정 피드백과 부정 피드백을 제시하는 순서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용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즉, 상사가 부하가 한 일에 대한 평가 결과를 얘기할 때, 먼저 잘한 점을 이야기하고 나중에 잘못한 점(개선점)을 이야기는 것이 그 반대 경우보다 부하로 하여금 결과를 좀 더 잘 수긍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여럿 있을 경우는 특히 순서가 중요할 때가 많다. 직장에서 리더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로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라는 것이 있는 데, 이는 간단히 말하면 리더들의 역할이 드러나는 모의 상황을 만들어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관찰함으로써 능력을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기법이 있지만 그 중 In-basket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어떤 행사에 참여하기, 과제를 수행하기, 기존 일정의 시간변경에 대응하기 등의 다양한 미션을 제시하는 메일,전화 통화 대본 등과, 관련 있는 정보를 제시하는 기사, 홍보물, 회의록 등을 제시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미션을 완수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의 핵심은 주어진 시간과 조건으로는 제시된 미션을 전부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이 중 무엇이 중요한 지 우선 순위를 판단해야 하고, 자기가 직접 할 일과 타인에게 맡겨야 할 일, 어떤 일을 변경함에 따라 다른 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일의 순서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평가센터의 결과는 조직에서 어떤 사람을 승진시킬 것인지 또는 어떤 사람을 채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한 행동의 순서는 때로 그 일의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공부를 할 때도 순서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공부 계획을 짜거나, 문제를 풀 때 그저 생각나는 순서대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단축하거나 또는 앞에 한 것이 뒤에 한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가 효과적일 지를 고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Dickinson, L. (1993). Attitudesabout performance appraisal. In H. Schuler, J. L. Farr, & M. Smith(Eds.), Personnel selection and assessment: Individual and organizationalperspectives (pp. 11–26). Hillsdale, NJ: Erlb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