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A and B는 무조건 둘이라고 생각해서 복수 동사를 썼다
수학 : 방정식 근의 개수를 구하는 데 실수라는 조건을 생각하지 못하고 허근까지 포함해서 틀렸다
영어에서 curry and rice에 복수 동사를 썼다. 이것이 하나의 개념이라는 것을 본문에서 읽었지만, 문제를 풀 때는 A and B가 복수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수학에서는 고등학교 선행을 한 탓에 복소수의 개념을 알고 있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복소수를 다루지 않는 중학교 시험에서 허근까지 유의한 답으로 간주했다.
위의 경우는 일반적 원칙으로부터 답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문제 특유의 상황 또는 조건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다른 표현으로 하면 ‘X(일반적 원칙)이면 Y(답)이다’라는 사고 과정에서 W(조건/상황)에 따라 Y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심리학에서 파악하는 사회 현상은 ‘X이면 Y이다’라는 단순한 규칙에 의한 것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많을수록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많더라도 ‘주변사람들의 지지(사회적 지지)’가 충분하거나 ‘피해 경험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인지적 재해석)’이 높다면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지 않는 것과 같이, X(학교폭력 피해경험)와 Y(자살 위험성)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를 조절 변인이라고 한다)을 지속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또 다른 예로 Trait Activation Theory라는 것이 있다. 이는 성격과 같은 개인의 고유한 특질이 상황에 따라 발현되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격검사 결과 내향성이 높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단순 논리로 생각하면 이 사람은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상당히 말이 많고 활발할 수 있으며,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는 낯선 관계일지라도 먼저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즉, 내향적인 사람은(X) 말 수가 적고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린다(Y)로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 동질성을 느끼는 정도(W)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이러한 접근은 유용하다. 예를 들면 중학교 성적이 고등학교 성적을 예측한다고 믿는 경우가많다. 통계적으로 볼 때 둘 간에는 상당한 정적 관계가 있겠지만 이 단순한 관계가 전부는 아니다.이 사이에 ‘근본적인 공부법의 변화'라는 조건을 추가해 보면 중학교 때 성적이 좋지 않아도 고등학교 공부에 적합하도록 공부법을 바꾼다면 고등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얻을 수 있고, 반대로 중학교 때 전교권이었다 하더라도 암기 위주와 같은 적절하지 않은 공부법을 고수한다면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X이면 Y이다'라는 일반적인 관계가 구체적 상황 또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은 공부,실생활, 대학 이후의 학습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문제를 풀기 위해 공식 또는 유형을 적용할 때는, 그것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기에 앞서 문제의 상황 또는 조건을 짚어보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