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문제에 대한 답을 지문에서 찾지 않고 나의 의견에 맞는 것을 골랐다
수학 : 직각 삼각형에 내접하는 원의 반지름과 빗변을 주고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라는 문제에서 삼각형을 분할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높이를 구하려 해서 틀렸다
국어에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는데, 일상 생활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질문이었기 때문에 지문을 분석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을 골랐다. 수학에서는최종적으로 묻는 것이 삼각형의 넓이였고 삼각형의 넓이는 밑변x높이라서 원을 이용하여 밑변과 높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삼각형을 3등분하여 정사각형과 나머지 두 개의 삼각형으로 나누면 빗변과 반지름만으로 구할 수 있었다.
위의 경우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 문제를 제시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다른 말로 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액면 그대로 볼 뿐, 본질적인 의도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타인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하는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 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상담, 인지, 사회, 교육, 산업 및 조직 등 다양한 심리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인데,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나 조직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
개인의 경우 자신의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행동과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해석한 것이 실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갈등을 풀어가는 핵심이다. 헤어진 연인이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너무나 멀쩡해 보여 속상할때, 사실 상대방은 깊은 회한에 빠져 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무너질까봐 태연한 척하는 것일 수 있다. 자녀가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부모를 무시하는 것으로 보여 분노가 치밀 때, 사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믿어 주지 않아 상처 받았음을 표출하는 것일 수 있다.부모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사사건건 간섭한다고 느껴 자존심이 상할 때, 사실은 부모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녀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직에는 한 부서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다른 부서의 목표를 방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기 부서의 눈으로만 보면 상대 부서가 하는 일은 정신 나간짓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 부서로 배치를 받아서 일을 하다 보면 자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 보면 야심 차게 개발한 서비스나 상품에 관심을 갖지 않는 고객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 서비스나 상품은 사용하기 불편할 수도 있고 가격만큼은 좋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마치 빙산과 같이, 어떤 현상이 수면 아래 가려져 있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당장 내 눈에 보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시험의 경우 푸는 사람 입장에서는 문제와 답에만 집중하기 쉽지만, 출제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험은 문제와 답의 나열이 아니다. 문제를 통해 시험범위와 관련된 핵심 지식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들간의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를 표현하는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보고 황급히 풀이에 들어가기 전에 수면 아래 감추어진 출제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출제자의 의도를 일일히 써 보거나, 단원 활용의 핵심과 변별력을 고려하여 자신이 직접 문제를 출제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Litchfield, R. C., & Gentry, R.J. (2010). Perspective-taking as an organizational capability. Strategic Organization, 8(3),187-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