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고 있다. 물론 매년 반복되는 여름이지만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운 사람은 늘어나고 친구들은 줄어들어 간다. 무더운 여름에도 나는 춥다. 꽁꽁 얼어붙어 발걸음을 떼기조차 힘들다. 모든 게 후회로 변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어쩌면 내 인생은 조금씩 경고를 해왔으나 무시했던 것이지 않을까.
시간은 야속하게 내가 주저앉은 것도 모른 채 흘러만가고 나는 멀어져 가는 것들을 바라만 보며 지내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번 머릿속으로 되뇐다. "버티자. 하루만 더 버텨보자." 놓아버리는 순간 폭풍우처럼 닥칠 일들에 또 고통을 속으로 삼킨다.
밝은 노래를 들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 아침부터 밝은 노래와 함께 활기찬 하루를 보냈는데 해가 지니 이 감정이 그리움으로 바뀌고 지난 추억들의 향수에 휩싸여 결국 또 우울한 감정의 폭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정착적인 삶이 아니기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향수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의지할 곳도 사람도 없는 이 상황이 너무 괴롭다. 난 아직 어리고 부족한 부분 투성이인데 잘 해내야 하고 강인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누른다. 주변에 편하게만 사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나는 이토록 힘들고 스트레스에 잠긴 삶을 살아가는데. 일분이라도 고통 없이 살아보고 싶다.
내 하루는 엉망진창이다. 참 바른 아이로 살아왔었는데 지금은 삐뚤어질 만큼 삐뚤어졌다.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챙겨 먹으니 눈물이 날 뻔했다. 어릴 땐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추억은 나에게 희망만을 안겨준 채 사라져 버린다. 결국 후회만 남기고 떠난다.
글 쓰는 건 언제나 즐겁다. 글 읽는 것도 즐겁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많은데 왜 싫어하고 괴로운 일들만 주어지는지 모르겠다. 행복하고 싶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이 불행해진다. 내가 그들의 짐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또 나를 죽이는 길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