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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한 나비 Jun 09. 2019

새벽의 위로

나는 새벽이 좋다. 하루 중 가장 효율이 높은 시간대도 새벽 1시에서 3시쯤이다. 적적하고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무언가에 심취해 있으면 그것만 한 행복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새벽 즈음 사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가라앉고 그런 무거운 기분이 편하다. 그 시간만큼은 생각이 다채롭게 뻗어가고 골똘히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 그 어떤 소음도 방해하는 사람도 없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오로지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실력의 발전에 있어서도 사람 자체의 발전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을 때 내가 가장 발전했던 시기에는 항상 새벽이 존재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홀로 뜬눈으로 몰두해 무언가에 대한 연습을 거듭하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등등 고립된 공간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곤 했다. 잡생각이 많은 나에게 새벽 시간에서의 활동은 잡생각 없이 몰두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낮에는 하기 싫은 마음뿐이었는데 신기하게 해가 지고 새벽만 되면 열정적으로 변하곤 한다. 그래서 주로 새벽에 활동을 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운다.


어릴 적부터 밤 시간 때에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부를 하던 나를 보곤 부모님이 올빼미라고 부르기도 하셨다. 보통 새벽 4시까지 공부를 하고 자곤 했는데 그땐 너무도 행복했었다. 어쩌면 태생적으로 나는 새벽을 좋아했나 보다. 글도 보통 밤에 썼고 그리고 밤에 써야 잘 써졌다. 낮에는 보통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이성에 초점을 맞추어 살다 보니 글을 써도 학술적 글쓰기가 되었고 그 글은 두세 번 읽고 싶은 글이 아니었다. 새벽이 주는 힘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그때만큼은 글도 음악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린다.


그래서 나는 주로 해 뜰 때 잠에 들어 해지고 일어나는 삶을 산다. 이 패턴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패턴과 정반대이지만 나에겐 최적화된 패턴이다.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지루한 낮시간을 없애고 내가 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대를 늘린 것이다. 또한 창밖으로 보이는 해가 뜨기 전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물론 몸은 피곤에 찌들었지만 그 순간 느낄 수 있는 감정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흐지부지 일을 끝내고 저녁에 잠에 드는 것과는 다르게 몰입하여 무언갈 끝내고 해의 인사를 받으며 잠에 들 수 있는 것은 올빼미형 인간의 특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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