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한 나비 Jul 25. 2019

평균의 역설

시간만 많이 주어진다면 글쓰기도 기타 연습도 공부도 독서도 그 모든 걸 열심히 할 것이라 다짐했었는데 막상 자유가 주어지니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루하고 반복된 하루하루에 지쳐만 간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펼쳐졌으면,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거나 음악에 대한 깨달음이 찾아온다거나 그런 것들이 있으면 좋을 텐데.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지 않았는가. 그런데 나는 뭘까. 시간이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어서 시간이 주어졌더니 이제와서는 힐링이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 뒤에 숨어있다.


열심히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안다. 삶이란 원래 말도 안 나오게 힘든 것이고, 고통이란 끝없이 몰아치는 파도와 같은 것이다. 한때는 학업을 포기하고 음악에 몰두하면 잘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확신이 없다. 과연 내가 포기하고 생긴 시간을 음악에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을까. 시간이든 돈이든 생기면 생긴만큼 쓰고 없으면 없는 만큼 살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꾹꾹 참아가며 모든 고난을 삼켰던 것이고 없는 시간과 돈 짜내서 노력했던 것이고.


요즘은 돈도 시간도 넉넉하진 않지만 그전에 비해 좀 나아진 편인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처럼 술자리의 즐거움에 몽땅 쏟아부어 버렸다. 결국 그 전보다 못한 시간과 돈으로 전전긍긍하는 중이고 하루살이처럼 미래를 잊어만 가고 있는 노릇이다. 왜 이토록 어리석을까.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가슴이 꽉 메이는 기분이다. 이 기분이 싫어 별의별 행동을 다 취했었고 가장 효과가 탁월한 게 술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잔소리도 이젠 익숙하다. 그들의 잘난 인생 책임지기도 힘들 텐데 나한테 왜 왈가왈부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글 쓰는 게 좋아 글 쓰고 음악 좋아 기타 연습하고 그러는 건데 다른 모두들처럼 스펙 쌓고 인턴 하는 걸 강요한다. 그래서 술을 찾고 그 뒤에 숨는 건지 모르겠다. 남들처럼만 살아라는 부탁이 너무도 고통스럽다. 남들처럼만 사는 게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내 길도 길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은데 아직 많이 부족한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새벽의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