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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한 나비 Aug 16. 2020

대화

어느 미생 음악인의 술자리

오랜만이다. 뭐하고 지내? 아직도 음악인가 하고 있니?


그래. 아직 음악하고 있어. 나는 음악 하고 살고 싶어.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함께면 너무 행복할 거 같더라고.


음악? 그거 돈벌이도 안되는데. 그럴 바에 취직할 자리 나 알아보는 건 어때?


그럼 난 죽을 때까지 마음 한편에 후회를 가지고 살 것 같아. 난 지금처럼 고생하더라도 음악 하고 싶어.


남들 돈 벌어서 저축하고 집 사고 차 살 때 너는 오히려 돈 써서 음악하고 있잖아. 근데 지금 뭐 한 거라도 있어? 돈은 돈대로 쓰고 음악으로 치킨은 사 먹을 수 있니? 나이도 있는데 좀 현실적으로 바라봐.


너는 취직하고 안정적으로 사는 게 꿈일지 몰라도 나는 그게 잘 안돼. 음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행복들이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더라고. 돈? 아직은 차나 집 욕심 크게 없어. 적어도 먹고살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 할 수 있을 만큼은 있거든. 물론 남들처럼 직장은 아니니깐 그 액수가 적긴 하지만 난 음악 하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아.


그러다 나이는 나이대로 먹고 돈은 돈대로 없어서 어디서 일하기도 애매해져. 음악으로 커리어 쌓은 거 한 번에 무너져봐. 그리고 지금까지 했는데 안 되는 거면 냉정하게 말해서 너는 가능성이 없는 거야.


나는 이 길을 선택한 순간부터 너도 알다시피 좋은 길 포기한 게 많아. 왜냐면 나는 확신이 있었어. 이 길 아니면 안 되겠기도 하고 내가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이 바닥에서 너처럼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음악 접고 떠난 게 한둘이 아니야. 하지만 꼭 본인이 만든 음악으로 뜨지는 못할지언정 겪어온 수년간의 경험 그리고 만난 인연들은 남아 있잖아. 음악이란 분야가 넓은만큼 어떻게든 길이 있을 거야.


참 미련한 건지 낙천적인 건지 모르겠네. 너 2년만 지나 봐. 격차는 더 벌어져있을걸? 접을 거면 빨리 접어. 남들처럼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왜 굳이 그 틀을 벗어나려 하는 건지 모르겠네. 인생의 목적이 행복? 그거 배부른 소리야. 부모님 아프시거나 결혼해봐.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이 원수가 될까 봐 걱정된다.


후.. 나도 생각이 있어. 적어도 부모님 아프실 때 드릴 돈 있고, 내가 음악 하기 위해서 돈벌이 알아서 잘하는 거 알잖아. 그리고 내가 음악을 사춘기 온 것처럼 낭만에 심취해서 하는 줄 알고 있구나. 이거 하려고 얼마나 공부하고 연습하고 밤을 지새웠는지는 알아? 네가 이렇게 술자리 안주로 삼기에는 너무도 멋있는 이야기야. 여기서 멈추면 너 말대로 어디 회사 들어가서 늦게나마 막둥이 생활하는 건데, 그러기에는 난 내가 원하는 결과가 보이려고 하고 있어. 


어후 고집만 더럽게 세네.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넌 사회생활했으면 큰일 났어. 한번 잘 생각이나 해봐. 원하면 내가 자리라도 알아볼게. 우리 회사도 나쁘지 않아.


나는 이미 다른 세상을 보고 와서 못 본척하고 살기가 힘들 것 같아. 이게 내 인생이었고 삶이어서 도저히 떠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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