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괴롭히던 음악을 이젠 취미로 가져가려 한다. 현실이란 항상 희망만을 보여주며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그 순간부터 슬금슬금 즐거움과 고통을 번갈아 안겨주다 모든 걸 잃을 즈음 거대한 벽을 보여준다. 그 벽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젠 그 기억을 간직하고 취미로만 가져가고자 한다. 그래도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텐데 이젠 후련하다. 모든 걸 잃고도 후회하진 않을만한 기억이다.
이젠 주어진 삶을 늦게나마 따라가려 한다. 그래도 짬이 있으니 위치는 뒤쳐져도 속도는 빠르겠거니 싶다. 최악의 2020년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시기보다 많이 성장했고, 많은 걸 배웠다. 나이와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고 말았지만, 처음으로 마음이 원해서 미친 듯이 도전했던 꿈이었기에 슬프지만은 않다. 인생이란 운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배웠다. 어쩌면 운이 따라주지 않은 탓이라고 하자.
그동안 놓친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야겠다. 사람도 목표도 다시 원상태로 돌려야겠다. 이젠 남들처럼 시시한 이야기가 오가는 술자리도 가지고, 힘들고 지루한 밤샘 공부도 하고, 평범한 애인도 사귀고 그렇게 평범하게 지내야지. 그렇게 '특별한 삶'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다시 원상태로 복귀하려니 가슴 한편이 쓰라리지만 그래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뒤늦게 현실로 복귀하는 것보다는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돌아감에 감사히 생각한다. 남들처럼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지. 누군가는 나의 이런 선택을 바보 같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길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 쉬운 일이란 없기 마련이다. 다만 많이 다녀간 길과 미지의 길이 있을 뿐. 미지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필요하고, 비록 중간에서 돌아섰지만 발자취를 남겼음에 의미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