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은 절대 가장할 수 없다. 정면은 아름답다는 감탄을 이끌어 내지만,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한숨을 이끌어낸다. 누군가의 뒷모습은, 돌아선 이후를 오래도록 지켜보았을 때에만 각인되기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아련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바라보는 뒷모습이기에, 눈꺼풀 안쪽에다 우리는 그 형상을 찍어서 넣어둔다. 그래서 꺼내지지 않는다.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지 않는다.
- 마음사전, 김소연, p136, 마음산책 -
심장에 문신을 새기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 애써 외면하고 아파했던 뒷모습이 이제, 심장에 문신으로 남았다.
경기도에서 대구를 거쳐서 울산 시댁으로 가야 되는 일정이었다. 시누네를 잠깐 보기 위해 대구에 들렀다가 차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한테는 대구에 들린다고 말하지 않았기에 아버지를 아는 척 하지도 전화하지도 않았다.
그 뒷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될지 그때는 몰랐다.
인생의 짐처럼 느껴지던 아버지. 시댁에 남편에게 부끄러웠던 아버지. 시댁의 일정에 조금의 지장도 되면 안 되었던 아버지.
한국에서 며느리가 뭐라고 시댁이 뭐라고 내 아버지도 만나지 않고 시댁 사람을 챙겼다.
무엇이 먼저인지, 가부장제 사회 안에서 진짜 지켜야 할 예의도 도리도 무시했다. 그 안에서 살아보려고, 아이들에게 좋은 가정을 유지하고픈 욕심이 커서 무시하면 안 될 것들을 무시했다. 그리고 이렇게 사무치게 후회하고 아파하고 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차 창문을 내리고 아버지를 크게 부를 텐데. “아빠, 아빠. 어디 가요? 식사하러? 같이 가요. 밥 먹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