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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나 Sep 30. 2021

다시, 올리브

그 아이는 나를 사랑해.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현재 한국에서 출간된 책 중에서 <에이와 이저벨>만 끝가지 읽기 못하고 나머지 책들은 다 읽은 듯하다. 그녀의 책 중에서 <올리브 키터리지>를 가장 좋아하고(최근에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한 드라마도 보았다. 두 번 보았고 역시 두 번째 볼만 했다), <버지스 형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없게 읽었다. 그런데 공부를 하던 중에 <버지스 형제>가 종종 떠올랐다. 시험을 치고 나서 가장 먼저 잡은 소설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였다.

작가의 기존 책들은 읽은 독자라면 소식이 긴 지인의 근황을 전해 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버지스 형제>에서 수전의 엄마는 수전을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작가는 서술했다.

또 <다시, 올리브>에서 올리브는 말한다. 자신의 아들은 자신을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사랑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이 문장에서 한참 머물러 있었다.     


나는 아빠를 사랑했지만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는 사랑했는지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아이들은 나를 사랑할까? 좋아할까?

사랑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관계가, 아니면 사랑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관계가 더 나은 관계일까?

어떠한 관계를 위해서 나아가야 할까?     

사랑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관계는 힘이 든다. 사랑하지만 좋아할 수 없는 사람 앞에서의 짜증과 화남과 그 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죄책감.

아빠의 초라함이 싫었지만 그가 없는 현실은 눈물이 난다. 그때의 나도 몰랐던, 그를 사랑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날들이 후회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두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혈연이 아닌 지인 관계가 가질 수 있는 좋아함을.

 사랑의 힘겨움이 아닌 좋아함의 말랑함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렇게 조금 덜 사랑하고, 더 좋아하는 관계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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