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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나 Jun 25. 2022

양귀자 '모순'

-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모순된 삶

1998년의 양귀자의 ‘모순’

그리고 2022년의 같은 책 & 다른 책  

   

 20대 초반에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결말이 기억에 남았다. 제목처럼

그리고 궁금했다. 삶이 진짜 그렇게 모순적인지.




 누가 보아도 행복하고 평온했던 삶을 살던 이모와 연속된 불행 속에서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안진진의 엄마.


p64 어머니에 대해 연구할 것이 있다면 아마도 이것, 불가사의한 활력일 것이었다. 전혀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어머니는 끊임없이 자신의 활력을 재생산해서 삶을 투자한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재생산 기능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젊어서는 그렇게도 넘치던 한숨과 탄식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삶에의 모진 집착뿐이다. 내 어머니는 날마다 쓰러지고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모순, 양귀자, 도서출판 쓰다)


 사람들이 쉽게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닮은 일란성 쌍둥이었던 엄마와 이모.

 우연의 선택으로 결혼 후 달라진 그들의 삶.

 무능하고 술주정뱅이였던 남편으로 인해 억척스럽게 삶을 감당해야 했던 엄마.          

 도무지 결핍이라곤 경험하지 못하게 철저히 가로막힌 지리멸렬한 삶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자살을 선택한 이모.     


  어쩌면

  행복은 권태로 쉽게 변질된다.  반대로 불행할 때 인간은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안진진의 엄마가 새로운 불행이 닥칠 때마다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 것처럼.    

 

p296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모순, 양귀자, 도서출판 쓰다)


 이토록 모순된 삶.

 불가해하고 모순 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많은 현상과 감정 속에서,

 모순되지만 아름다운 삶을 탐구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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