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 드라마 [남남]을 보며, 모녀이야기

by 재나

요즘 드라마 [남남]의 스토리 요약을 유튜브로 자주 찾아보고 있다.(티빙도 지니도 볼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임신해서 딸을 낳은 29살 딸과 48살 엄마의 이야기


엄마 역할인 전혜진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라는 문장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고등학교 때 너를 낳았을 때는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지금은 다들 나보고 잘 살았다고, 너를 잘 낳았다고 한다. 너를 낳은 것이 다들 그때는 틀렸다고 했지만, 지금은 다 맞았다고 한다."


드라마 [남남]을 보다 보면

딸과 나의 이야기가 겹치곤 한다.

스토리 중

엄마 : "우리 클럽 한 번 가자. "

딸 : "내가 왜 엄마랑 클럽을 가."

2020년 어느 날 우리의 대화

나 : "클럽 한 번만 데리고 가 주라."

딸 : "엄마, 난 시끄러운 것 딱 싫어하니깐, oo이모랑 가."

나 : "oo랑은 클럽에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일상생활 중에 내가 하소연을 하면 딸을 아주 이성적으로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MBTI 중 F인 내가 일에서 T를 쓰고 집에 와서, F를 막 쓰고 있을 때, 딸은 극 T로 나를 대한다.


전남편의 재혼 소식을 접하고 식탁에 앉아 딸에게 신세한탄을 했다.


"나는 부모복도 없어, 남편복도 없어, 형제복도 없어. 참, 복도 없지.

그나마 자식복은 좀 있는 것 같네."

딸의 뼈 때리는 한 마디


"자식복마저 없는 것보다 낫지 않아."

"맞네, 맞네, 역시 내 딸이네."




25살에, 딸을 낳았다.

지금 나는 48살, 딸은 24살이다.

딸과의 탑걸즈러닝크루 참가 사진


신림동에서 최근 무서운 사건이 있고 나서, 딸은 호신용 스프레이를 사서 챙겨 주면서 당부했다.


"늦게 다니지 마, 엄마.

택시를 타게 되더라도 집 앞에까지 와.

지하철 내려서 이어폰 끼고 걸어오지 마.

집에 올 때 전화하면서 와."


세상 태평해 보이는 엄마를 걱정해 준다.


그쯤 고등학교 친구가 집에 왔을 때 친구에게

”울 엄마는 별 걱정이 없는데 내가 엄마 몫까지 두 배로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 “


보통이 규정하는 엄마랑 딸이 하는 말이 바뀐 것 같은 울 모녀.




미숙한 엄마라서 뱃속에 가져서도, 태어난 갓난아기를 보면서도 미안했다.

미안함과 동시에 이쁘고 내 존재를 꽉 채워주는 아이가 있어서 든든했다.


언제 없어져도 아까울 것이 없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삶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한 존재였다.

그 아이에게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완벽한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딸의 모든 시간을 알아야 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딸이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나는 딸의 표현에 따르면 아메리칸 스타일의 엄마가 되었다.

그에 반해, 나는 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은 엄마이다.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전남편 쪽 지인 와이프 모임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명품 가방과 화장품, 그릇 이야기 등을 듣고 온 날에는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도 힘들어하면서 그 이야기를 말하니, 아직 어렸던 딸이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그래도 그 사람들 중에서 엄마가 책은 가장 많이 읽을 거야."

나를 인정해 주는 그 말에 나의 자존감이 올라갔다.

공인노무사 준비를 해 볼까 싶어 딸에게 이야기했을 때도,

그 나이에 왜 굳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딸은 "엄마는 이제까지 인문학, 철학 독서도 많이 했고,

에세이지만 글도 꾸준히 쓰고 있으니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든든한 엄마가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당당하게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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