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일이 지났어요

by 재나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300일이 지났어요.’란 메시지가 와 있다.

300일 동안 난 무엇을 했었나.


작년에 공부를 해 보기로 하고 영어점수를 만들고 망설였다.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11월부터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공부 양에 숨이 막히고 구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매일 공부할 양과 부족한 시간과 일과 공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다.


1차 시험에 이어서 8월에 2차 시험을 치고 2주가 지났다. 한 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애썼다.

애쓰다 애쓰다 결국 들어와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생활의 중심을 공부에 두었다. 주 5일 출근하던 일도 4월 기점으로 주 2회로 줄이고 잠을 줄이고 달리기도 주 2회 4km로만 달리기 위해 애썼다.


불가능과 무용함 사이를 오가면서 입력되지 않는 생소한 용어와 이론을 암기했다.


주말에 학원을 오가면서 오천 원짜리 김치볶음밥을 입에 쑤셔 넣으면서 나의 좌표를 보면서 비관하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애썼다.


내가 할 수 있는 ‘부진하지만 꾸준하게’ 공부를 해 나갔다.

공부의 고단함으로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


바닥을 치는 것 같은 현실에서,

거리에 뒹구는 담배꽁초처럼

쓸모없는 나에게서

거리를 두고 텍스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힘들었을 것이다.


사는 건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니깐.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2주가 지난 아침, 눈을 뜨는데 짜증이 밀려왔다.


해야 할 것이 확실했던 몇 달 간의, 명료함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의미 없음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 평생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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