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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안 Aug 06. 2020

프리랜서 지망생 글 한 편 올립니다.

어느 프리랜서 지망생 25세의 일기

4학년의 여름방학.

2019년 12월부터 한 스타트업의 인턴으로 첫 인턴을 시작해 2020년 6월 30일 첫 인턴의 생활이 끝났다. 인턴생활을 하면서 가슴 벅차게 뿌듯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내 손을 떠난 프로젝트를 보며 침대에서 혼자 울기도 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지.


"안녕히계세요."

179일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19시가 되면 뱉어내곤 했던 그 말이 어느덧 마지막이 되는 날이 왔다. 첫 인턴의 소감은? 다음의 한 줄이 알려줄거다.

"함께 만나서 즐거웠고 다시는 회사 생활을 하지 말아야겠다."


어려서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별명을 얻은 나는 단 한번도 회사에서 내 20대 후반~ N대까지 일상의 1/3을 보낼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설령 했어도 3년정도 일하면서 배우고 독립해서 나 혼자 일해야지 생각을 한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일까 더더욱 인턴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단지 내 성향만 보고 나는 회사 생활이 안 맞아라고 단정지어버리면 회사에서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모두 날려버리는 것이 되는 거니까. 

상당히 모순되는 의견이지만 나는 내 좌우명대로, 내 소신대로 살고 싶었다.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자"와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이 두가지 말이다. 


아직 인원이 적은 소규모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게 된다면 나에게 업무의 권한을 크게 줄 것이고 그럼 어느정도 진짜 직원이 회사생활 하는 것의 40%정도는 경험할 수 있겠지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회사 생활 경험도 쌓고 정말 내가 회사와 맞는지 알 수 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정말 짧은 인턴 생활이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접하고, 느꼈다.

나에게 맞는 업무와 새로 태어나야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업무, 기획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 마케터의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눈 등 너무나도 값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 수록 "회사에서 일하면서 수익을 내는 건 나와 맞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점점 더 내 심장을 파고들었다.


근무환경은 만족을 넘어 퍼펙트였다. 

대표와 직원들 간의 수평적 관계. 사실 수평을 넘어서 서로 선 넘는 관계나 다름없었다, 직원이 대표에게 "대표님 이렇게 저 놀리시면 저 퇴사합니다~!" 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복장은 스타트업이니 당연히 노터치였고 자율근무제 시행을 통해 좀 더 유연하게 직원 요안과 인간 요안의 삶의 경계를 조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가장 이상적인 회사분위기 속에서 나는 왜 회사 밖에서 수익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아마 내가 너무 모순적이고 예민한 인간이어서 그렇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는 네모난 공간이 싫다. 

나는 예측 가능한 삶이 싫다.


나는 네모난 공간에서 4시간 이상 있으면 너무 답답해 밖으로 나가 바깥공기로 내 폐 속을 가득 채우고 싶은 욕구가 팡팡 생긴다. 한 편으로는 내가 한 회사로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고있을까 라는 상상을 해봤다. 시간이 지나 성과가 괜찮으면 진급을 할 것이고 좋은 성과를 꾸준하게 유지한다면 나는 점점 위로 올라갈 것이다.


내 맞은편 자리인 대리님 자리로, 

내 건너편 대각선 자리인 과장님 자리로,

윗층 팀장님 자리로.

 

점점 내 책임을 요구하는, 내 싸인을 기다리는 서류 또한 많아질 것이다. 

너무나도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미래. 


그래 나는 마치 내 손을 바로 내 눈 앞에 가져다대어 손금의 주름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뜯어보는 그런 선명하고 진한 미래는 싫었다.




 아마 우리엄마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내 등짝에 사랑이 듬뿍 담긴 손바닥을 무료로 배달해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한 미래보다는 옅은 미래가 좋았다. 불확실성이 있는 미래

그런 미래가 있어야 내가 성장하고 나태해지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해 내가 정말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 같았다. 


아니. 내 삶을 살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꼭 회사 밖에서 남 밑에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나의 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자가 되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내가 치는 모든 발버둥을 여기 브런치에 남겨놓으려고 한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힘을 낼 수 있게, 그리고 서로 자극을 받아 열심히 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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