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으니 알람을 내가 깨운다

by 실배

눈을 뜨면 새벽 5시이다. 오늘도 숙면은 실패다.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 내 정신은 이미 잠에서 달아났다. 한참을 뒤척이다 보면 알람이 울린다. 이제야 눈을 떴구나 하며 정지 버튼을 누른다.

나는 잠에 민감하다. 하루 최소 7시간을 자야 활동할 힘을 얻었다. 얼마나 기계 같은지 밤 10시에 자면 새벽 5시에 눈을 뜨고, 밤 11시에 나면 새벽 6시에 어김없이 깼다.

마흔이 넘어서부터였다. 알람이 필요 없어졌다. 몇 시에 자든지 일어나면 새벽이다. 어느 순간 점심때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간 낮잠은 나와 상관없는 영역이었다. 회사 입사 후 가장 신기했던 장면이 점심 이후였다. 다 같이 점심 먹고 사무실에 돌아왔더니 선배들이 의자를 침대로 만들며 나에게 말했다.

"막내야. 불 좀 꺼."

커튼까지 치고 어둠 속에서 하나둘 잠에 빠져들었다. 이건 뭐지? 나는 멀뚱히 눈을 뜨고,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로도 합류하지 않고, 차라리 회사 주변을 산책했다. 은연중 아재나 낮잠 자는 거란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도 낮잠을 종종 잔다. 주말에 아이들과 있다가 깜박 졸 때가 있다. 지난 주말에도 딸과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던 중,

"아빠. 뭐해? 잤어?"

헐. 내 손이 그리는 선을 한참 넘어 창작하고 있었다. 딸의 모진 구박을 받았다. 시간을 보니 어김없이 점심때가 되었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구슬픈 심정은 무얼까.

뭐 딱히 일찍 깬다고 나쁜 점도 없다. 회사 지각할 일도 없고, 잘만 활용하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도 있다. 요즘 미라클 모닝이 유행인데, 이미 나는 하고 있으니 얼마나 트렌디한가.

오늘도 자기 전 기어코 알람을 아침 7시에 맞춘다. 그래 알아. 내가 너를 깨우리라는 것을. 그래도 이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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