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쯤 되니 의미 없는 친구 목록

이제야 카톡방 친구 목록을 정리하네.

by 실배

어디쯤이었더라. 곧 결혼을 앞둔 친한 형의 카톡방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그 사이 우리가 연락이 뜸하긴 했구나. 열심히 내리다 보니 중간 어디쯤 있었다. 형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문득 찾아온 호기심에 채팅 목록 살펴보았다. 일로 인하여 주고받은 공적인 대화, 가까웠지만 이제는 연락이 끊긴 지인과의 이야기, 예전에 참여했던 글쓰기 모임, 한때 열 올렸던 동네 탁구 동호회 소식 등 한동안 내가 살아온 발자취가 보였다. 다들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겠지.


친구 목록에는 채팅방보다 훨씬 많은 인연이 한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ㄱ’부터 ‘#’까지 스크롤의 압박은 끝이 없었다. 간혹 프로필에 다른 얼굴이 있는 놓여 있는 것을 보니 연락처가 바뀐 것 같다. 신기한 것은 하나하나 지나간 추억이 떠올랐다.

‘답장이 느립니다’, ‘카톡 못 봐요 문자 주세요’라는 짧은 한 줄만으로도 나의 상태를 대변하고 이해 불가한 문자의 나열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경 사진만으로 결혼했구나, 아이가 생겼구나, 외국에 살고 있구나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직접 보지도 듣지도 않아도 알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그만 봐야겠다. 이런 의미 없는 행동을 왜 하나 싶었다. 몹쓸 호기심이다. 서둘러 핸드폰을 닫았다. 그보다는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친구 목록이나 채팅방에서만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닌 진짜 친구 말이다. 친구들과 몇 달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 주에 약속을 잡았는데 사회적 거리 강화로 취소되었다. 다음 주에 있을 친한 형의 결혼식에도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저 연락하면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이런 급격한 변화에 피로감이 쌓인다.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삶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아쉬운 마음을 저녁에 운동장이나 뛰면서 덜어내야겠다.


이제는 정리해야 할까. 의도든 아니든 그냥 남겨 두었다. 정리를 못 하는 내 모습 같기도 하다. 검색해보니 이름만 꾹 누르면 되었다. 뭐야 쉽잖아. 해제, 변경, 숨김, 차단 등 다들 비슷해 보였다. 그중에서 숨김이 마음에 들었다. 목록에서 정리가 될 뿐이지 그 사람에게서 메시지를 받을 수는 있었다. 영원히 볼 수 없는 차단은 싫었다. 그러면 왠지 슬프잖아.

누군가 배경에 남겨 둔 글이 마음에 남아 내 글에 남겨본다.


인맥이란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 수가 아니라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럼, 내가 남겨둔 목록은 모두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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