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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Sep 19. 2020

세상 가장 좋은 말 '작가'

이 말이 그토록 좋은 이유

‘작가’란 말은 휘핑크림 잔뜩 얹은 민트 초콜릿 라테 맛이 난다. 나에게 ‘작가’란 단어는 저 먼 은하계 너머 미지의 우주에만 존재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작가란 말을 만났다. 첫 글을 발행하고 기다리던 첫 댓글이 찾아왔다.     


‘............(중략) 작가님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작가? 나에게 하는 말 맞는 거지? 어색하면서도 찌릿한 이 기분은 뭘까. 속으로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읊조렸다. 기껏 글 하나 발행했을 뿐인데, 작가란 완장이 떡하니 왼쪽 팔에 붙었다. 길을 가다가도 브런치에 남긴 작가란 단어에 자동 반사적 미소를 짓곤 했다.     


이제 단어 속에만 살아있는 ‘작가’를 넘어 실물 보고 싶었다.

     

“아빠한테 작가라고 불러볼래?”

“싫어.”

“맛있는 것 사줄게.”     


둘째를 꾀어서 ‘작가’란 말을 듣는 전횡도 서슴지 않았다. 아내에게까지 마수의 손길을 뻗치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그러다 덜컥 출간 계약을 맺었다. 첫 미팅이 잡혔고 커피숍에 앉아 초조하게 편집자분을 기다렸다.      


“아. 실배 작가님 맞으시죠?”

“네? 네.”     


꼬박꼬박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바람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막상 맞닥뜨리니 숨고 싶었다. ‘내가 뭐라고……. 아. 어색하다.’  


처음엔 좋았던 작가라는 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왠지 진짜 작가처럼 글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주말에 테이블에 앉아 나오지도 않는 글감을 쥐어짜며 고뇌의 날을 보냈다. 잠시 브런치의 글을 보며 딴짓하다가 하나의 글에 멈춰버렸다. 길지도 문장이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그 안엔 깊고 넓은 삶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냥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글이란 이런 거구나. 그 글을 만드는 작가는 이런 거구나.      


작가는 별처럼 각자의 빛을 간직한 채 반짝인다.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하늘을 쳐다보고 그 빛이 가슴에 닿으면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서 감사했다. 작가란 명칭이 주는 부담감보다는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존재이기에.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 세상에 무수히 많은 말 중에 제일 좋은 ‘작가’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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