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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Apr 24. 2021

<강릉은 모두 작가다>에 글이 실리다.

뜻하지 않은 소식

점심 먹고 잠시 침대에 앉았더니 잠이 솔솔 왔다. 깜박 눈을 감았는데, 문자 소리에 깼다.


강릉책문화센터에서 주관하는 <강릉은 모두 작가다>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이 선정되어 출판 작업을 진행하려고 하오니 메일로 동의서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뭐지? 스팸인가? 잠이 덜 깬 상태로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렸다. 그 순간 저 멀리 흐릿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맞다. 2월쯤 아내가 바다 바다 노래를 불러 강릉을 다녀왔었다. 그때 독립서점 '한낮의 바다'를 갔었다. 주택가 골목 안에 위치한 자그마한 서점이었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힙한 곳이었다. '주인의 취향'이라는 시그니처 책이 유명했다. 문 옆 진열대에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은 책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책방 주인이 고른 책을 내용도 모른 체 구입하는 것이다. 그중 권을 샀다. 그 뒤로 얼마나 궁금하던지. 다행히 집에 와서 풀어보니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이라는 에세이였다. 아름다운 문장에 홀딱 반했다.

서점에 놓인 책 구경을 하던 중 우체통을 발견했다. 안내문이 있었는데 '강릉'을 주제로 글을 한편 써서 이곳에 으면 나중에 선정해서 책으로 만든다고 했다. 그냥 갈까 하다가 호기심이 생겨 써보았다. 엽서 한 장의 분량이었다.

사실 내 고향은 강릉이다. 아버지의 직장이 강릉에 있었다. 내가 5살 때까지는 함께 살다 아버지만 남겨두고 어머니와 누나들과 함께 서울로 왔다. 아버지를 보러 방학 때면 강릉을 갔다. 지금은 대관령 고개가 뚫려 수월하게 갈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고불고불한 산길을 버스 타고 넘어야 했다. 특히 겨울이면 얼음이 쌓여 떨어질까 불안해서 잠도 잘 수 없었다. 멀미도 심해서 검은 봉지도 필수였다. 긴 여정 끝에 도착하면 역에는 수염이 거뭇한 아버지가 나와 있었다. 그립고도 어색했다.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야 서울로 왔다. 그 기억들을 짧은 글에 담았다.


일상이나 생각들이 모여 책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표어가 좋았다. 앞으로 책은 강릉 책문화 센터, 강릉시립도서관 및 작은 도서관, 아트센터, 여행자 플랫폼, 모두 작가다 협력 업체(호텔, 서점, 카페 등)에 비치된다.


뜻하지 않는 추억을 만들었다. 더구나 언제나 마음속의 고향인 '강릉'이라 더욱 뜻깊었다. 책을 받으면 또 어떤 글들이 실려 있을지 기대된다.


언젠가 강릉을 가게 된다면 또 한 편의 글을 써서 우체통에 넣고 싶다. 그때는 추억을 넘어, 살면서 '강릉'이 준 의미를 담고 싶다.


혹여나 강릉 여행을 간다면 이런 소소한 추억 한번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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