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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n 07. 2021

생애 첫 북토크를 하다.

이번에 공저로 출간한 '모든 것은 독서모임으로 시작되었다.' 북토크가 열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오프라인이 아닌 '줌'을 통한 온라인 모임이었다. 북토크를 주관한 출판사 원하나 대표님은 사전에 질문 사항을 주셨다.


1. 자기소개 :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 독서 모임을 계속하게 된 모임의 기억, 앞으로 하고 싶은 독서 모임
2. 책 작업 관련 :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좋았던 점.
3. 독서모임 팁 : 참여자의 자세, 운영자의 자세


차분히 노트에 세 가지 사항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았다. 책을 다시 만난 운명적인 순간, 처음 독서모임을 찾아 헤맸던 때, 글을 쓰면서 고민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회사, 집을 오갔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실배'란 부캐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지금의 변화에 나도 놀랄 때가 많다. 그 모든 시작은 회사 책장에 꽂혀있던 책 한 권이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른다. 그래서 남은 도 어디로 갈지 궁금하다.


북토크 시간은 저녁 8시였다. 점차 걱정이 밀려왔다. 말하다 막히면 어떡하지,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닐까, 내 주제에 무슨 북토크야. 한 참을 심란해하다가 마음을 다스렸다. 다행히 혼자가 아닌 공저 작가들이 있었다. 묻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편해졌다. 모임을 통해 이미 알던 분이었지만, 책을 쓰면서는 소통하지 못했다. 원래는 중간에 두세 번 정도 만나 서로의 글에 대해서도 피드백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었다. 하필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 책이 나오고서야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 독서 모임을 통해서만 알았던 표면적인 모습을 넘어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미리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각에 줌에 접속했다. 익숙한 얼굴과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보였다. 다시 긴장이 찾아왔다. 다행히 대표님께서 환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밝게 물들였다. 화면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참여자들도 있었다. 미리 준비한 주제에 맞추어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글이 맨 처음 실린 탓에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어색함을 덜어내고자 웃음을 지었지만, 혀가 꼬이며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대표님이 받아서 재가공을 잘해주셨다. 다른 작가님의 소개가 이어졌는데, 다들 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어느새 참가자가 되어 작가님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성별, 나이, 직업도 모두 다른 우리가 '책'을 통해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책에 실린 내용 중 닮은 점이 많았다.

책과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다 보니 마음의 부담도 점차 가라앉았다. 말 문이 터지며 몸 안에 넣어둔 책 이야기를 활짝 펼쳐 보였다. 다들 독서 내공이 깊고 다양한지라 흥미로웠다. 결국 '책'이 시작과 끝이란 다른 작가님의 말처럼, 하나의 띄 안에 있는 운명 공동체 같았다.


준비한 발제를 모두 마친 후, 참여하신 분의 자유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온화한 미소의 연세가 있으신 분이 먼저 손을 들었다. 알고 보니 책을 출간한 작가님이었다. 독서모임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물었다. 나는 삶 자체가 변했다고 답했다. 독서모임을 통해 좋아했던 책을 다시 만났고, 그것이 글쓰기까지 이어져 매일 소중한 일상을 담고 있다. 과거의 무력감은 사라졌고,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다른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다. 독서모임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까지도 바꾸었다. 책을 쓰고 주변 반응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주변에는 모두 중년 남성들이다. 대화는 '돈', '승진'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았다. 독서모임에 대해 묻기도 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실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자극이었음은 분명했다. 한번 맛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으리라. 앞으로의 독서모임에 대한 계획에 대한 것도 있었다. 나는 현재 가족 독서모임을 운영 중이다. 우선 계속해서 모임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지만, 더 나아가 가족 모두가 운영자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지금은 진행부터, 정리까지 내가 하고 있지만, 차츰 가족들에게도 역할을 맡기고 싶다. 그래야 책임감도 갖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다른 작가님들도 모두 참여자를 넘어 운영자가 되었다. 각자의 독서모임에 대한 구체적이고, 선명한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질문 말미에 참가자 한 분이 북토크를 다음에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제주도에 사는 분이셨는데, 독서모임에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 지인과 독서모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께서 '모든 것은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다.'를 추천해주셔서 놀랐다고 했다. 감사한 일이었다. 대표님께서는 다음도 생각해보겠다고 다. 혹여나 하게 된다면 그때는 떨지 않아야 할텐데.


1시간을 예상했는데, 2시간이 다 되었다. 막상 끝난다니 아쉬웠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방에서 나왔다. 거실에 있던 딸은 궁금했는지 어땠냐고 물었다. 잘 끝났다고 말해주었다. 밖에서 슬쩍 엿들었는지, 내가 말을 많이 안 한 것 같다며 나무랐다. 그러게. 다음엔 잘할게.


생애 첫 북토크가 무사히 끝났다. 책을 쓰고, 나올 때 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참여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마련해준 '하나의 책' 원하나 대표님과 다른 작가님, 그리고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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