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도 가능한 너였네.
여행에서 아들의 다른 모습을 목격했을 때.
지난주 이틀 연가를 내고 2박 3일로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그 기간 중 가장 큰 소득은 첫째와의 관계 개선이었다. 친구가 있어서일까. 친구가 아직 부모와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아서였을까. 내게 와서 엉기기도 하고, 방에서 내 무릎을 대고 눕기까지 했다. 예전에 자주 했던, 지금은 사라진 행동들이었다.
집에서는 늘 뚱한 모습이더니, 배에서 친구와 타이타닉도 연출하고, 그렇게 싫어하는 사진도 척척 찍고 신기했다. 덕분에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장난기 가득한 아이로 잠시 돌아왔다. 심지어 슬쩍,
"전에 아빠란 둘이 군산 갔었잖아. 그때 좋았는데. 둘이 또 여행 가면 어떨까?"
"좋아."
그 흔한 '좋아'란 단어가 첫눈에 처음 발자국을 들일 때 나는 뽀드득 소리처럼 설렐 수도 있구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제주 올레길 걷기, 지리산 등반, 자전거 여행 등을 떠올렸지만, 모두 내가 하고 싶은 것임을 깨닫고 생각을 허공에 마구 흩뜨렸다. 편히 갈 수 있는 곳을 골라서 선택을 받아 보아야겠다.
지난번 같이 게임을 한 뒤론 계속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서 함께 해보면 어떨까였다. 인터넷에 최신 버전을 찾아보았다. 마침 아내 목걸이 글쓰기도 목표치에 거의 다다랐다. 풀스 글쓰기로 갈아타면 되었다. 다시 슬쩍,
"아들. 아빠가 풀스 사서 같이 게임을 하면 어떨까?"
"좋아. 사자!. 그런데 우리 집은 TV가 없잖아...."
그렇네. 그건 어디 큰 중고 모니터를 사면 될 듯싶었다. 내 말을 들은 첫째는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본인이 모아둔 용돈도 합치겠다고 했다. 그리곤 12월 27일까지는 사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왜 그 날짜인지. 아무튼 새로운 글쓰기 목표가 생겼다. 다음엔 내 것 글쓰기도??
한결 밝아진 첫째와 인터넷으로 하고 싶은 게임도 찾아보며 부자간의 정을 나눴다. 둘 다 좋아하는 축구 게임과 농구 게임은 필수로 하기로 약속했다. 주말에 거실에서 첫째와 게임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오른손에 강한 의지를 다졌다.
'너의 어깨가 아니 손이 무겁다. 잘 해내리라 믿는다.'
그런데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있다. 첫째가 집에서는 그렇게 사납더니 밖에서는 왜 그리 골삼궂게 굴었을까. 친구가 있고, 숙제에 벗어나 탁 트인 바다를 보아서일까. 여행 사진을 혼자 돌려보다가 하나에 머물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알고 보니 타이나닉도 가능한 너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