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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n 09. 2022

마감의 하이에나

마감도 병이다.

마감이 괴로우면서 또 마감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된다. 작년부터 이어온 마감 글쓰기의 하나가 이제 막을 내린다. 오늘 글감 모임을 하고  마지막으로 한편 쓰면 한동안은 벗어날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마감을 앞둔 원고가 남았다. 작년부터 꾸준히 써오긴 했는데 최근에 소재가 고갈되어 잠시 멈춰있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무언가를 알려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사실 나의 원고는 알려주기보다 보여주는 글이었다. 부담은 내려놓고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스스로 정한 한 달이라는 마감 동안 오롯이 글에 집중해야 한다. 주말에 도서관이든, 카페든, 서점이든 밖으로 나가야겠다. 집에 있으면 자꾸 잡생각이 떠올라 정신이 흐트러졌다. 한 권이 책이 완성되기까지 만만치 않음을 몸소 체험한다.


마감은 일종의 약속이다. 정해진 기간에 글을 써야 하는 스트레스면서 또 마치고 나면 후련한 무언가가 있다. 더구나 극적으로 제출했을 때 묘한 쾌감도 있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일도 내내 마감에 시달린다. 자료 요구가 오면 일선기관에 언제까지 제출하라고 마감을 정하고 취합해서 총괄청에 낸다. 그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좋으련만, 부실하거나 잘못된 자료가 오면 수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스트레스로 혼자 구시렁구시렁.


휴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쏟아지는 자료 요구에 하나 둘 쳐내며 내내 야근을 했다. 이제 이번 주 금요일까지 제출하는 자료만 완료하면 지긋한 마감의 압박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나는 또 안다. 다음 주면 새로운 마감에 시달릴 것을.


마감이 괴롭고, 힘들면서도 나란 인간은 한편 마감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있으면 왠지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이것도 병인지. 늘 마감이 어디 있나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다.  이러다 평생 마감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는지. 혹여나 죽을 날도 마감을 정해놓고, 열심히 달려갈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 허걱.


본격적인 마감 시즌에 돌입하는 회사에서의 7월에 대비해서 6월까지는 부캐로서의 원고 마감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이런 중에도 또 마감을 생각하네.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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