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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ul 25. 2022

싸이월드 사진첩을 바라보다 옷장 속 낡은 옷을 꺼냈다

지금은 절대 나올 수 없는 그 표정 

그렇게 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 어색했다. 한 장, 다음장, 그리고 또 다음 장도. 그때는 분명 불투명한 미래로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건만 아니었나 보다. 그러다 연애 시절 아내를 만났다. 아마도 우리의 첫 여행 때였다. 양손에 브이를 마치 꽃 받침대처럼 얼굴 사이로 펼친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맞아. 그 시절 그녀는 늘 밝았었지.


얼마 전 싸이월드 사진첩이 복원되었다. 한 시간이 넘게 머물며 옛 추억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그 안엔 나의 20대부터 30대까지의 흔적이 가득 남아있었다. 몇몇 사진은 혼자 보기 아까운 희귀 아이템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카톡방에 공유하니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 사진이 촉발되어 분명 기억에는 남아있었지만, 어떠한 자극도 없어 꺼내지 못했던 일화가 쏟아졌다. 단 한 장의 사진이 우리 모두를 그 시절로 소환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의 불꽃은 늘 그렇듯 한 번 보자란 말로 산화되었다. 


아내에게도 몇 장 카톡으로 보냈다. 연애 시절, 신혼여행 그리고 30대 초반까지. 조금 지나 답이 왔고, 대부분의 사진을 이미 갖고 있다며 스크랩도 확인 안했냐고 핀잔을 주었다. 그러게. 우리가 늘 함께 했던 시절 사진도 추억도 공유했었다. 그때의 당신은 어디로 사라졌냐며 농을 치다 살벌한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흠짓. 더 가면 안 됨을 경험으로 알기에 거기까지 하고 말았다.


사진첩을 넘기며 어떤 지점이 마음을 툭하고 건드렸다. 그것은 표정이었다. 주름살, 흰머리, 늘어진 뱃살 등 겉으로 드러난 나이 먹은 보다 지금은 절대 나올 수 없는 장난기 어린, 호기심 충만한 표정은 나를 더욱 웃픈 감정으로 밀어 넣었다. 문득 테이블 위에 놓인 동그란 거울을 바라보았다. 입꼬리를 살짝 들고, 그때의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절대 같을 수 없음을 금세 깨달았다. 세상의 무게란 무게는 다 진 듯 컴컴하고 텁텁한 얼굴을 마주하곤 마음에 안 들어 거울을 저편으로 밀어버렸다.


가끔 농담처럼 예전엔 이랬지 하면 아내는 그만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라고 한다. 잘 알지. 하지만 말이야. 그때 잠시나마 반짝였던 내가 있었기에 그 추억을 먹고 남아 지금 낡고 보잘것없는 나도 살아내는 것 아니겠어.


마지막 사진을 한참을 바라보다 안방으로 갔다. 괜스레 옷장 안에 철 지난 지금은 입지 않은 미련처럼 남은 옷가지를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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