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글보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Dec 28. 2022

버킷리스트로 돌아본 2022년

2022년을 떠나보내며

12월 들어 달력에 칸마다 빨간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과 회식, 지인과의 송년회, 독서모임 쫑파티 등등 연이은 모임에 간이 쉴 틈이 없었다. 코로나 인하여 작년까지만 해도 썰렁했던 연말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되찾았다. 내년부터는 실내 마스크 해제도 검토 중이라니 이제 곧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찾을 듯하다.


분주한 일상과 별개로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래도 한 해 내내 2022라는 숫자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이대로 떠나보내면 아쉬울 듯했다.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작년 연말에 온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계획을 작성했었다. 분명 거실 책장 옆에 나란히 붙여 놓았음에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자료를 찾았다. 종이 밑바닥까지 빼곡하게 12개의 리스트가 있었다. 참 많이도 적었네. 하나씩 점검해보기로 했다.




1. 가족 모두 건강하기

다행히 건강에 관한 큰 이슈 없이 보낸 한 해였다. 다만 올 3월경 가족 모두가 코로나에 걸렸다. 딸이 먼저 걸리고, 아내와 아들에 이어 내가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결국 피하지 못했다. 일반 감기와 달리 목이 상당히 아팠다. 조금 과장해서 칼로 긋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후각도 잃어서 냄새도 맡지 못하고 맛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후유증이 상당히 길었다는 것이다. 대략 한 달 정도는 숨이 차거나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지인 중에 코로나로 인하여 가족을 떠나보낸 분도 있었다. 그 황망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내년에는 이런 슬픈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내가 요즘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내년에는 월 1회 정도는 함께 등산하며 건강을 더욱 챙겨야겠다.


 2. 매일글쓰기

2019년부터 블로그에서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벌써 4년이 다 되었다. 올해도 빠짐없이 참여했고, 얼마 전 블로그에서 보내준 2022 마이블로그 리포트에서 ‘블로그 마스터’로 지정되었다. 1년간 총 377개의 글을 발행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글을 쓸 예정이다. 글이란 친구는 내 삶 가까이에서 밝은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3. 매일 걷기. 1만 보 걷기(다이어트 3kg 감량)       

최근에 글에도 적긴 했지만, 살을 빼겠다는 각오로 매일 걷기에 도전했다. 결론적으로 목표 감량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회사에서 점심때 길벗과 꾸준히 걸었다. 공원에도 가고, 산에도 가면서 매일 만 보 이상을 찍었다. 그간 컴컴한 사무실에 갇혀 지냈는데, 사계절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꼈다. 덕분에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 걷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마도 걷기는 두 다리가 성한 한 평생 운동이 될 것이다.

4. 부모님, 장모님께 2주에 1번은 연락하기

한해 한해 양가 부모님이 연로함을 느낀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기에 대신 연락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성했지만 쉽지 않았다. 전화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다만 기록의 힘 덕분에 생각나면 핸드폰을 들었다. 언제나 당신보다는 자식 걱정이었다. 부모란 그런 것 같다. 중년에 쭈글쭈글해져도 품 안에 있던 여리고 어렸던 그 모습 그대로를 평생 기억하며 산다.


 5. 책 출간하기    

올해 또 한 권을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달렸다. 출판사와 계약을 했기에 가능하리라 예측했다. 원고 마무리를 11월경에 마치고 몇 번의 퇴고를 거쳐 현재 책 디자인 중이다. 아마도 내년 1월 중에는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정말 좋은 글을 쓸 거야. 시작할 때 호기로운 각오는 푸른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엔 숨고 싶은 부끄러움만 남았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 또한 나의 몫이다. 부족함 가득하지만 내 글이니 내가 가장 사랑해야겠지. 책으로 기록했기에 그 시절 추억은 고스란히 남겼다. 누군가에게 시작점이 되길 바라며 썼다. 그 마음이 꼭 전해졌으면.


 6. 소설 쓰기(단편 2편 완성)

소설 쓰기는 오래된 나의 꿈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우연히 말과 활 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소설 쓰기 초보반 과정을 보고 덜컥 신청했다. 나 같은 생초보가 수업을 통해서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쓴 소설을 가지고 합평하는 것이었다.  


첫날부터 시작이라 참여하는 교육생들끼리 조를 짰다. 최대한 마지막으로 신청했다. 합평 수업 내내 몹시 쪼그라들었다. 처음 쓴 분이 맞나 할 정도로 구성, 문장, 내용이 대단했다. 점점 다가오는 일정에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결국 완성은 못 하고 반쪽짜리를 제출했다. 마음씨 좋은 선생님과 글벗이 나아갈 방향도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합평을 마치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주체 못 할 때 어느 분이 꼭 마무리해서 교보문고 스토리텔링 공모전에 내보라고 하셨다.  


그 말에 힘을 얻어 단편을 완성했고, 기안내에 제출했다. 물론 결과는 탈락이었다. 하지만 목표했던 소설 쓰기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새해에는 본격적으로  써보는 거야.

7. 승진하기

목표 중 가장 이루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 가능성이 있었기에 업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조금 과장해서 삶을 오롯이 갈아 넣었다. 다행히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소문에 간발의 차이였다고 한다.  


한동안 허무함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본부에 발령 나서 3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결과를 얻지 못하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번에 당연히 할 줄 알았다는 주변 동료의 위로 아닌 위로가 더욱 후벼 팠다.


여전히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다. 어차피 내년엔 할 예정이니 반년이라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승진 이후에는 지방 근무를 지원할 예정이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해 보련다. 시간아, 빨리 흘러주렴.


 8. 여행 가기

코로나로 한동안 어딜 가기 쉽지 않았다. 여름휴가는 반드시 가겠다는 일념으로 미리 계획을 잡았다.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하동을 시작으로 거제도를 거쳐 안동에서 끝나는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초기에 아내가 장염에 걸려 위기가 찾아왔지만, 중간에 회복해서 남은 일정은 잘 마무리했다.


 2023년에는 과감하게 해외도 가보고 싶다. 이제 슬슬 주변에서 다녀오는 분이 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말했더니 기쁨을 주체 못 했다. 가까운 곳이라도 계획해 보아야겠다.  


9. 브런치 주 1회 이상 글쓰기   

현재까지 정확히 60개의 글을 발행했다. 고정적으로 주 1회 글을 쓰진 못했지만 합해서는 얼추 목표를 달성했다. 어느 순간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이 부담되었다. 블로그만 해도 편하게 일상을 기록하지만, 이곳에서는 왠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북도 2년간 발행하지 못했고, 프로젝트에도 응모하지 못했다. 쓰고 싶은 글의 방향을 고민 중이다. 이 타이밍에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일단 닥치고 써!” 그래서 참여한 보글보글 매거진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쓰다 보면 떡하니 길을 나타날 테니까.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도 반드시 응모해보는 것으로.  


10. 오마이뉴스 기자 활동 이어가기  

꾸준히 오마이뉴스에서 시민 기자 활동을 이어갔다.


상반기에는 ‘사춘기와 갱년기’란 그룹으로 사춘기의 절정에 올랐던 첫째와의 이야기를 기사로 풀어냈다. 글을 쓰면서 차오르는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트였다. 이제 슬슬 예전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바라보며 안도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사라진 글감이 아쉽기도 했다.


http://omn.kr/group/parents_issue

하반기에는 ‘꽃중년의 글쓰기’란 그룹을 만들었다. 브런치를 통해 인연을 맺은 추억바라기, 이드id 작가님과 함께 중년의 웃픈 삶에 관한 기사를 썼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오프라인 모임도 가졌다. 브런치 작가와의 최초 만남이었다.  


http://omn.kr/group/gentleman_writer

신기했던 건 두 분 작가님 모두 글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중년남성 셋이 모여 글과 책에 관해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차가 끊겨서 모두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앞으로도 이 좋은 인연 계속 이어가고픈 소망이다. 새해 신년 모임 약속도 미리 잡았다.


 11.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기

부모가 되어보니 어릴 때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 조금 알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속 썩이지 말고 잘할걸. 속으론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면서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첫째가 사춘기로 널 뛸 때 기회 되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물론 그때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구 튕겨냈지만, 조금씩 스며들어 큰 힘이 되었다고 믿는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키도 불쑥 크고, 슬슬 거리 두는 모습이 서운하기는 하지만 어른이 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리라. 앞으로도 두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해주고 싶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아껴서 무엇하랴. 지금도 쑥스럽지만 익숙해질 날이 오겠지.


12. 좋은 남편 되기 - 아내 말에 적극적으로 경청하기

최근 몇 년간 아내는 나에게 소통이 안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이유였을까. 점점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며 멀어져만 갔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라고는 하지만 결국 내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이상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이 먹으면서 뱃살과 말만 늘고 있다. 품격도 그만큼 늘면 좋으련만.


여전히 경청은 어렵다. 한마디를 들으면 두세 마디가 튀어나온다. 입을 꽉 깨물고 버텨보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노력하니 조금씩 나아졌다. 전보다는 대화가 늘었고, 서로가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둘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등산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기로 했다. 언젠가 아이들은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경청이 수반되어야 한다.



버킷리스트를 점검해보니 대략 절반 정도를 달성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은 남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이 이뤘다. 부족함이 있기에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이제야 마음 편히 2022년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많은 해 중에 하나이지만 나에게 많은 추억을 선사한 2022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다가올 2023년도 열심히 하루하루 만들어 가보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