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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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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y 06. 2023

작년에 만난 불청객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초기 감염보다 재감염이 위험하답니다.

이번 주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컬컬했다. 사실 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1박 2일간 출장 중에도 몸이 썩 좋지 못했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몸이 푹 가라앉았다. 그저 피곤해서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긴 요즘 한창 바쁜 회사 일정으로 정신이 없긴 했다.

     

무심코 핸드폰을 보았는데, 코로나 19 신규 환자가 2만 명을 넘었다는 속보였다. 불길함 예감이 들었다. 뉴스를 본 후 목이 더 아픈 듯했다. 사내에 비치해 둔 자가진단 키트를 꺼내 검사를 했다. 다행히 한 줄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오전 회의에 참석했다.     


부서장에게 출장 다녀온 보고를 하던 중 기침이 계속 났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었다. 꾹 참고 마무리했다. 자리에 돌아와 키트를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좀 전만 해도 한 줄이었는데 밑에 또 다른 한 줄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TV 정지 버튼을 누른 듯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정신을 차린 후 외출을 내고 급히 근처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안은 사람들로 바글댔다. 접수증을 작성하고 기다렸다. 40여 분이 지난 후에야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증상을 물었고 목이 아프고, 간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답했다. 기다란 면봉이 콧속에 들어왔고, 실로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찡긋함에 나도 모르게 몸이 뒤로 젖혀졌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복잡한 마음이 스쳐 지나갔다. 어린이날 가족들과 함께 계획했던 일정, 주말에 문경에 있는 처가댁을 가기로 했던 일, 다음 주에 계획되었던 출장까지 모두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릴 듯했다. “실배님 결과 보러 들어오세요.”란 간호사 분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선생님은 눈앞에 두 줄이 선명한 키트를 보여주셨다. 전에 코로나 19에 걸린 적이 있냐고 묻기에 작년 이맘때쯤이라고 말했다.  

    

“에고…. 1년 만 이네요. 두 번째라 전보다는 나을 수도 있지만, 더 힘든 예도 있거든요. 일단 푹 쉬면서 몸을 잘 챙기세요. 처방한 약도 꼬박꼬박 잘 챙겨 드시고요.”     


불안이 나를 다시 감쌌다. 작년 이맘때 찾아온 코로나 19로 인하여 심한 고통에 시달렸었다. 목은 누가 칼로 긋는 듯 아팠고, 후각마저 상실했다. 그뿐 아니라 한 달 이상 무력감에 시달렸었다. 그걸 다시 겪을 수 있다니. 절망이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먼저 사내 코로나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담당자는 일주일간 격리해야 한다고 했다. 별다른 서류 제출은 없냐고 물으니 이제는 명단만 보고 한다고 했다. 동료에게는 공가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아내뿐 아니라 최근 접촉한 사람에게도 소식을 전하며 자가 검사를 꼭 해보라고 당부했다.   

   

간단히 점심거리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약을 먹었다. 진통제 때문인지 잠이 쏟아졌다. 저녁때가 되어서 눈을 떴다. 여전히 목은 까끌까끌하며 간간이 기침이 났다. 핸드폰을 열어 보니 보건소에서 문자가 와 있었다. 해당 정보를 입력한 후 제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마스크를 쓴 채 방에 갇혀 홀로 식사하고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다음 날, 아침 어린이날이 밝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일정을 바꾸어 최근에 개봉한 영화를 보러 갔다. 나는 홀로 집에 남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보냈다. 다행인 점은 목 상태도 좋아졌고, 몸도 한결 가벼웠다. 의사가 말씀해 준 상황 중 나는 전자에 해당하였나 보다. 그래도 앞으로 일주일간은 꼬박 격리를 해야 했다.     


주문한 책이 배송 완료되었다는 카톡이 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현관 벨이 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요새 코로나 19가 확산 증세라 고객 보호를 위하여 우체통에 넣었다는 내용이었다. 하긴 전날 속보를 통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확진자 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에서 해방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지난 3년간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었는데, 그 사이 목감기에 걸렸다. 여전히 대중교통 안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그 외의 장소에서는 내내 벗고 있었다. 마치 코로나 19가 완전히 사라진 양 느슨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최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결과에 따르면 재감염률이 32.8%에 다다랐다. 10명 중 3명은 코로나에 다시 걸린다는 현실이었다. 우리 네 식구도 작년에 모두 코로나에 걸렸었고, 올 초 아내가 재감염되었고, 이번이 내 차례였다. 더욱 무서운 점은 어디서 옮았는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곳곳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은 사람이 전보다 훨씬 증가했다. 대중교통 안에서도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앞으로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지 않는다면 연례행사처럼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 단순한 감기로 치부하기엔 그 위험성이 컸다. 2022년 11월에 발표된 네이처 메이슨 학술지에 따르면 코로나 19에 한 번 걸린 사람에 비해 재감염자의 사망률이 2.17배, 입원이 3.32배 높았으며 후유증은 폐 3.54배, 심혈관 3.02배, 혈액 응고장애 3.10배 등 여러 부분에서 높았다. 논문 결과에 따르면 재감염 시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나 역시도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어서 계속된다면 완치된 후 폐 검사를 받아볼 예정이다.   

    

코로나 19에 관한 대응이 예전으로 돌아가긴 힘들 듯하다. 이미 사람들은 지금 상황에 익숙해졌다. 그러므로 나 스스로 관리하고 지키는 방법밖에 없다. 밀집한 실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외부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도 자주 씻으며 건강을 챙겨야겠다.     


부디 남은 기간, 별 일없이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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