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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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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20. 2019

미안해 기장아.

오늘 오전에 가방 속에서 서류를 꺼내다 뭔가 하늘색 물체가 툭 떨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하늘색 물체의 정체는 바로 일기장이었다. 맙소사. 어디 있는지도 모른 체 그렇게 가방 속에 방치해두었다. 순간 일기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사실 나에게 글쓰기 시작은 일기장이었다. 3년 전 복잡한 마음을 어디에라도 풀어내고 싶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면서 여러 감정들이 정리되고 하루가 소중히 기록되는 기쁨을 맛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중독이라 느낄 만큼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글 만 썼는데 나중에는 매일 읽은 성경 구절, 그날의 운동 기록, 기분 상태까지 상세하게 기록하게 되었다. 그렇게 3년을 꾸준히 일기를 썼다. 어느덧 연말에 문구점에 가서 일기장 고르는 것이 설렘이었다.

그 기록들이 올 초까지 꾸준히 이어오다가 점점 희미해져 가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하늘색 일기장을 손에 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란 답이 나왔다. 블로그에 매일 글을 올리면서 일기장뿐 아니라 다른 것 들도 놓치는 것이 많아졌다. 작년에 글감 노트도 만들어서 책을 읽고 만나는 좋은 문장이나 구절을 틈틈이 기록했었다. 그런데 올 초부터 안 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어느 곳에 두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러니 좋은 글귀들이 내 안에 머무르지 않고 KTX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쉽다. 무지 아쉽다.

하지만 절대 시간이 있는 것 같다. 하루가 24시간으로 한정되다 보니 이 시간을 늘리면 당연히 다른 시간은 줄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지만 그건 욕심이다.

물론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다. 그래서 이곳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 그래도 저녁에 쓰고 아침에 글을 올리는 패턴이 굳어지면서 활용할 시간이 많아졌다. 전보다 일찍 일어나는 아침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 등 틈새 시간을 잘 찾아보아야겠다.

일기를 전처럼 많이 쓰진 못하지만 한두 줄이라도 꼭 써야겠다.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고 그간 도움 준 고마운 친구를 멀리했다.


내 친구 기장아 미안해. 내가 요즘 소원했지. 화 풀고. 지금부터라도 내가 잘할게. 그리고 그간 너무 고마웠어. 앞으로는 매일 보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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