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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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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28. 2019

세상을 달리 보는 안경.

오늘 교육 때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바로 나의 첫 직장 상사분이었다. 그 당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았지만 다른 부서 팀장님이셨다. 늘 느긋하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계셔서 처음 보았을 때부터 호감을 느꼈었다. 가끔 업무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주저 없이 도와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간이 벌써 10년이 더 지났다. 이제는 머리도 희끗희끗하시고 배도 많이 나온 모습에 예전 샤프했던 모습은 많이 지워졌어도 온화한 성품은 그대로 셨다. 아니 더욱더 짙어졌다. 점심때 식당이 너무 멀었다. 걸어서 10분 정도나 걸렸다. 더구나 더운 날씨에 메뉴가 갈비탕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돌아와 불만 한가득한 나와 달리 그분은 별말씀이 없었다. 너무 멀지 않았냐는 나의 말에 맛도 좋고 걸어 다닐 만했다며 허허 웃기만 하셨다. 최근에 다리를 접질리셨다며 살짝 쩔둑거리셨는데 오가며 불편했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도 어찌 그리 긍정적일 수 있을까.

우연히 같은 조에 편성되어 교육받았는데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시고 주변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이나 직급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제는 소장님이 되셔서 후배 직원을 보내도 되셨을 텐데 굳이 오신 이유를 묻자 배움이 좋다고 하셨다. 이렇게 좋은 교육을 왜 오지 않으려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분들을 위해서 대신 오셨다고 했다. 대중교통으로 오셨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렸다고 하셨다. 그냥 올 만했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또다시 지었다.

그분 덕분이었을까. 심란했던 나의 마음도 고요를 찾았다. 나는 이런 사람이 참 좋다. 따듯한 마음으로 주변을 덥히고 배려로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 말은 쉬워도 실제로 만나긴 참 어렵다. 더구나 점점 나이 먹을수록 그 모습을 갖추기는 더더욱 어렵다. 세상을 달리 보는 안경이라도 쓰고 있는 걸까. 그분에게서 비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요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 덕분에 기운 나고 따듯한 하루를 보냈다. 이리 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정말 큰 것 같다. 그래서 행동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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